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다시 미국증시 거품논란에 불을 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금융매체 마켓워치는 실러 교수가 자신이 만든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CAPE ratio.실러P/E)을 기준으로 봤을때 주가가 위험수준을 넘어섰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18일 전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지난 10년간 S&P500지수의 평균주가수익비율을 의미하는 CAPE지수는 실러 교수가 1년전 증시거품을 경고했을 때 23이었다. 당시에도 이는 20세기들어 CAPE지수 평균치 15.21보다 한참 높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현재는 수치가 25로 치솟은 상태다. 지난 1881년 이후 1929년, 1999년, 2007년 단 세차례만 CAPE지수가 25를 넘었다. 그리고 3번 모두 이처럼 고점을 찍은뒤 주가가 대폭락하는 모습을 보였다는게 실러 교수의 설명이다.
실러 교수는 "CAPE는 주식 매도.매수 타이밍을 알려주기 위해 만든 것도 아니고 지수가 높은 수준에서 수년간 유지될 수도 있다"면서도 "투자자들은 지난 10년간 CAPE지수가 이렇게 높은 수준에 머물러있는것을 정당화할만한 요인이 있는지 여부를 자문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실러 교수는 "불행하게도 현재 증시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딱히 설명할 재료가 없다"며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실질적인 답변은 바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처럼 사회.심리적인 분위기에 있는 것 같다. 심리적 분위기가 바뀌면 주식투자가 우리를 실망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금융기관 UBS는 이날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지정학적 갈등으로 소폭 조정을 보인 최근 상황은 '리허설'에 불과하고 진짜 충격은 연준이 3차 양적완화(QE3)를 종료하는 10월 안팎에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UBS 보고서는 "연준 양적완화가 종료될 시점이 되면 지난 여름(지난해 5월 벤 버냉키 전연준의장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시사후)나타난 테이퍼링 발작(taper tantrum)충격이 되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연준내 금리 인상 시점.속도를 놓고 이견이 확산되고 있는 점도 시장불안을 키울 것으로 우려했다.
반면 강세론자들은 증시 조정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여전히 증시랠리에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21일부터 사흘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잭슨홀 미팅이 증시 모멘텀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월스트리저널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이후 7년간 잭슨홀 미팅이 열린뒤에는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버냉키 전의장이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양적완화 정책 등을 잭슨홀 미팅을 통해 발표하면서 시장 모멘텀을 키워줬기 때문이다. 전세계 중앙은행장들이 모여 경제정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잭슨홀 미팅(Jackson Hole Meeting)'은 매년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개최하는 연례 경제정책 회의로 올해는 노동시장 평가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특히 시장의 관심은 지난 2월 취임후 첫번째 잭슨홀 미팅에 참여하는 자넷 옐런 의장의 22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저녁 11시)에 연설에 쏠려있다. 시장은 옐런 의장이 경제.고용시장 회복세를 확신할때까지는 통화완화정책.저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이 대부분 초청을 받지 못한 반면 그간 연준 양적완화정책을 정면 비판해온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글렌 허바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원장 등이 참석, 옐런 의장에 맞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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