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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레이더] 걸림돌 사라지는 코스피
입력 2014-08-17 17:03 
'과거에 예측한 일이 현재 왜 일어나지 않는지 미래에 알게 되는 이들이 있다. 누구일까? 바로 애널리스트다.' 전망하는 이들에 대한 월스트리트의 오래된 풍자다.
씁쓸한 웃음이 나오지만 그만큼 전망과 현실의 괴리는 크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다고 해서 예측을 포기할 수는 없다. 바로 예측 가능한 부분, '이미 일어난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이미 일어난 미래'라는 분석 프레임을 제시했다. 드러커는 이미 발생한 사건의 영향이 뚜렷해지기 전까지 시간차가 존재함을 인식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으로 미래에 분명히 일어나리라 추정되는 일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 드러커가 말하는 예측이란 이미 일어난 현실을 알리는 것에 불과하다.
증시에도 '이미 일어난 미래'가 시야에 들어왔다. '성장보다 주주 친화'를 강조하는 투자 잣대의 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현 상황과 미래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실제 기업의 배당정책 변화로 연결될지도 아직 미지수다. 나아가 정책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대기업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가늠하기 쉽지 않다. 9월 법안이 통과되고 각 기업이 이번 회계연도 배당 정책에서 변화 의지를 내비치기 전까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드러커의 말을 빌리자면 이는 시차로 인한 불확실성일 뿐이다.
예를 들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는 25% 단일 분리과세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고배당을 유도하고자 주주총회에서 영향력이 큰 대주주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이다. 주요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변화가 쟁점인 상황에서 이는 큰 변화의 예고편인 것이다.
막혔던 주주 환원 정책의 실마리는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에서 찾아야 한다. 지난달 25일부터 개정된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발효됐고, 이후 대기업집단의 지분 정리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간 지분 정리나 삼양사 지배구조 개편 등이 시작됐고, 변화는 점차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다.
'성장'에 집착하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주주가치'에 의미를 두기 시작하면서 한국 증시 도약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되고 있다.
기업이 금고에 넣어둔 돈을 꺼내 주주를 위해 배당을 하고, 자사주를 사들이게 되면 동일한 이익 수준에 대해서도 더 높은 평가가 가능해진다.
주주 친화와 지배구조 변화라는 두 단어에서 '이미 일어난 미래'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코스피 레벨업(Level-up)을 예측하는 이유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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