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교황방한] 프란치스코 교황 "정치적 분열과 경제적 불평등, 소통·대화·협력으로 해결"(전문)
입력 2014-08-14 17:33 

14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주요 공직자들, 외교단이 참석한 가운데 정치적인 분열과 경제적인 불평등은 소통과 대화, 협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교황 연설 전문이다.
대통령님, 존경하는 정부 공직자들과 외교관 여러분, 친애하는 벗들이여. 고요한 아침의 나라 한국에 오게 되어 너무나 기쁩니다. 이 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게 되어서, 또 무엇보다 아름다운 한국의 국민들과 풍요로운 역사와 문화의 아름다움을 접하게 돼 기쁩니다. 이 민족의 유산은 오랜 세월에 걸쳐서 폭력과 박해와 전쟁의 시련을 거쳤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시련 속에서도 대낮의 열기와 또 한밤의 어둠은 정의와 평화와 일치를 향한 불멸의 희망을 품고 있는 아침의 고요함에 언제나 자리를 내어주고 말았습니다.
희망이라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 선물입니까. 우리는 우리가 희망하는 목표들을 한국 국민만이 아니라 모든 지역과 세계를 위해서 결코 좌절하지 말고 추구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님의 따뜻한 환영의 말씀에 감사를 드립니다. 대통령님과 정부요인들에게도 인사를 드립니다. 외교관 여러분에게 국가 공직자 분들에게, 그리고 군 관계자들 여러분께 마지막으로 저의 방한을 위해서 애쓰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환대에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덕분에 금방 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저의 한국 방문은 제 6차 아시아 청년 대회를 계기로 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이 대회는 이 광대한 아시아 대륙에서 모인 카톨릭 청년들이 그들의 공통의 신앙을 경축하는 자리입니다. 저는 또한 이번 방한 중에 그리스도 신앙을 위해서 순교한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의 동료 순교자들을 복자의 품에 올리기 위한 시복식을 집전하게 됩니다. 이 두 행사는 서로가 서로를 보완합니다.
한국의 문화는 연장자들의 고요한 품위와 지혜를 잘 이해하는 문화입니다. 또 사회 안에서 그분들을 존경합니다. 우리 카톨릭 교우들은 신앙 때문에 순교한 선조들을 마찬가지로 공경합니다. 그분들은 자신들이 믿고 따른 진리를 위해서 기꺼이 목숨을 바쳤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은 온전히 하느님과 이웃의 선익을 위해서 사는 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지혜롭고 위대한 민족은 선조들의 전통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젊은이들도 귀하게 여깁니다. 젊은이들은 과거의 전통과 유산을 물려받아 현재의 도전들에 적용할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아시아 청년대회와 같이 젊은이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는 우리 모두가 그들의 희망과 관심사, 우려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우리는 또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들을 다음 세대에 얼마나 잘 전해주고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세상과 사회를 그들에게 물려주려고 준비하는지 성찰하려는 도전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는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평화라는 선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성찰하는 것이 특별히 더욱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호소는 한국에서 더욱 절실하게 들릴 것입니다. 평화의 부재로 인해서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반도의 화해와 안정을 위하여 경주되어온 노력을 치하하고 격려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한 노력만이 지속적인 평화로 가는 유일하면서도 확실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평화에 대한 추구는 이 지역 전체 뿐만이 아니라, 전쟁에 지친 전세계의 안정에 미치는 것으로서 그야말로 우리 마음에 절실한 대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있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별히 여러분들 중에서 인내를 요구하는 외교활동에 종사하면서 인류가족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분들에게는 더욱 더 큰 도전이 됩니다. 이는 화해와 연대의 문화를 증대시켜서 불신과 증오의 장벽을 허물어가는 끝없이 펼쳐지는 도전이기 때문입니다.
외교는 가능성의 예술입니다. 외교는 평화라는 것은 상호비방과 무익한 비판이나 무력시위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확고부동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평화는 정의의 결과입니다. 그리고 정의는 하나의 덕목으로서 미덕으로서, 자제와 관용의 수양을 요구합니다. 정의는 우리가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과 협력을 통하여 그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합니다. 정의는 상호존중과 이해와 화해의 토대를 건설해 나가는 가운데 서로에게 유익한 목표를 세우고 이러한 목표를 이루어가겠다는 의지를 우리에게 요구합니다. 우리 모두 평화의 건설에 헌신하며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고 평화를 이루려는 우리의 결의를 다지게 되기를 바랍니다.
친애하는 벗들이여, 여러분은 국가와 정치의 지도자로서 궁극적으로 우리의 자녀들을 위해서 더 나은 세상, 더 평화로운 세상, 정의롭고 번영하는 세상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경험에 비춰볼 때 우리는 점점 더 세계화 되어가는 세상 안에서 공동선과 진보와 발전을 단순히 경제적인 개념으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처럼 한국도 중요한 사회 문제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분열, 경제적인 불평등, 자연환경에 대한 책임 있는 관리에 대한 관심사들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사회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또한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 취약한 사람들, 그리고 자기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각별히 배려하는 것 역시 너무나 중요합니다. 그들의 절박한 요구만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인간적 문화적으로 향상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저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계속 강화되어 나가길 기도하면서 오늘날 저에게 절실히 필요한 연대의 세계화에서도 한국이 앞장서서 주도해주기를 바랍니다. 연대의 세계화는 모든 인류 가족의 전인적인 발전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25년 전에 한국을 두번째로 방문하시면서 성 요한바오로 2세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한국의 미래는 한국민들 가운데 현명하고 덕망 있고 영적으로 깊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함께하느냐에 달려있다라는 확신을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이 말씀을 다시 되새기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 카톨릭 공동체가 이 나라의 삶에 계속해서 참여하길 열망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카톨릭 교회는 젊은이들의 교육에 이바지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과 함께하려는 정신을 배양하며 새로운 세대의 국민을 양성하는 일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이들은 조상들에게서 물려받고 자신의 신앙에서 우러나오는 지혜와 전망을 가지고 국가가 당면한 커다란 사회적 문제에 대해 기꺼이 이바지할 자세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내빈 여러분. 여러분의 환영과 환대에 다시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들에게, 사랑하는 한국인들에게 복을 내려주시기를 빕니다. 특별히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의 위대한 보화인 연장자들과 미래의 희망인 젊은이들에게 복을, 충만한 복을 내려주시기를 기원합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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