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자전거 세차, 생소한 문화 만드는 게 가장 힘들었죠"
입력 2014-08-14 15:42 

한강 공원 구석에서 자전거를 닦던 20대 청년은 이제 연매출 1억원 이상을 내다보는 어엿한 사업가가 됐다. 바로 최순웅 스마트바이크워셔 대표다. 맨 몸으로 '자전거 세척' 사업에 뛰어든 뒤 1년 만에 대리점 40여개를 확장한 그를 13일 만났다.
이날 서울 강동구 사무실에서 만난 최 대표는 사업 시작 후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느냐는 질문에 한치도 주저하지 않고 "생소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자전거를 즐기는 인구는 늘어나고 있지만 자전거 전문 세척은 여전히 생소하다는 이유에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물론 자전거 대리점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왜 굳이 전문 세척기로 자전거를 닦아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 대표는 "자전거 세척 사업을 처음 시작하겠다고 했을때 주위에서 죄다 말렸다"면서 "하지만 제가 오랜 시간 자전거를 타면서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뛰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2년 반 가량 경륜 선수를 준비하다 관련 사업으로 진로를 전향했다. 경륜 선수의 꿈을 접은 후 그는 자전거를 타면서 느꼈던 필요성을 바탕으로 자전거 전문 세척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미국에서 스마트바이크워셔 기기를 수입해 영업에 나섰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최 대표는 "대리점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면서 숱하게 문전박대를 당했지만 나름의 확신을 갖고 진행했다"며 "자전거를 즐기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유지와 보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이 품질과 함께 내세우는 것이 철저한 사후관리서비스(AS)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자전거야말로 끊임없는 관리가 필요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자전거는 생각보다 예민한 부품이 많아 유지보수를 섬세하게 해야 한다. 자전거의 중추 역할을 하는 체인은 기름때가 끼기 쉬운 데 반해 제거하긴 어렵다. 또 체인을 제대로 세척하지 않으면 구동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전체 수명도 줄어든다.
대리점 영업에서 좌절을 겪던 최 대표는 자전거 이용자를 직접 공략하기로 마음먹고 1톤 트럭과 발전기, 스마트바이크워셔를 갖고 한강으로 향했다. 자전거 이용자를 직접 만나 실제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자전거 도로 옆에 자리를 잡았지만 고객을 모으기는 쉽지 않았다. 가격만 묻고서 비싸다며 돌아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며칠째 빈손으로 돌아섰지만 매일같이 자리를 꾸리고 홍보에 나서자 하나 둘 손님이 모여들었다. 반신반의하며 자전거를 맡겼던 고객들은 최 대표의 꼼꼼한 손길을 보고 다시 찾았다.
전문 기계를 이용하지만 과정은 전부 최 대표의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소요 시간은 30분에서 40분, 비용은 약 4만원이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한번 경험해 본 고객의 만족도는 꽤 높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한강에서 올해 1월에는 사무실을 꾸리며 정착했다.
최 대표는 "실제 사용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자 관심 없다고 내쫓았던 대리점에서도 기계를 사고 싶다고 연락이 오기도 했다"며 "좌절의 순간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일한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스마트바이크워셔의 주고객층은 전문자전거 이용자들이지만 차츰 생활자전거 이용자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앞으로 자전거 세척기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든 뒤에는 휴대용 세척 용액과 오일 등으로 사업을 다변화할 생각도 갖고 있다.
최 대표는 "처음에 시작할 때에는 트럭에 기름 넣을 돈도 없어서 1만원, 2만원씩 넣으며 근근히 생활했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 덕분에 생각보다 빠르게 사업이 진행됐다"며 "앞으로 자전거 세척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제대로 뿌리내리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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