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 첫 영접 평신도 "더없는 영광…위로말씀 기대"
14일 오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성남 서울공항에서 맞이한 '보통 사람들'은 한결같이 벅찬 심정을 드러내며 교황의 방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단과 함께 이날 환영단에 포함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새터민, 이주노동자, 시복대상자 후손 등 평신도 대표 32명은 상기된 표정으로 공항청사 대기실에서 대기하다 오전 10시15분쯤 활주로에 나와 일렬로 서서 교황 맞을 준비를 했습니다.
이 중 한 여성은 교황 도착 전부터 감격에 겨운 듯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기도 했습니다.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남윤철 안산 단원고 교사의 아버지 남수현 씨는 교황을 만나기에 앞서 "교황의 위로 말씀을 통해 모두가 회개하는 마음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남 씨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문에 '미움 있는 곳에 사랑을, 분열 있는 곳에 일치를'이라는 구절이 있다"며 "잘못한 사람들이 고해성사하듯이 뉘우쳤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금전적 보상이 먼저라기보다 심적인 위로, 진정한 위로를 받고 싶다"는 그는 "대통령이 국가 개조 약속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월호 사고로 남편 정원재 씨를 잃은 김봉희 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가슴 아픈 영광"이라며 "좋은 일로 만났으면 더없는 영광일텐데 가슴이 아프고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공항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영접을 받은 뒤 환영단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들 세월호 유가족을 소개받자 왼손을 가슴에 얹고 슬픈 표정을 지어보이며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습니다.
오는 16일 복자품에 오르는 권상문·천례 남매의 6대손인 권혁훈 씨는 "200여년 전에 고초를 겪은 조상들이 복자로 선정된 것도 감격스러운데 교황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돼 행복하다"며 "교황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기든 천천히 음미하다 보면 각자의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새터민 김정현 씨는 "북한이 평화적으로 통일되는 일에 기도해주시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어르신 대표로 환영단에 속한 권택진 씨는 "교황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게 돼 영광스럽다"며 "한국에 무사히 건강히 머물다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1959년 우리나라에 입국해 불우한 여성들에게 양재와 미용 기술을 가르친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의 선교사 양 수산나 여사는 "50년간 한국에서 살아오면서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며 "교황의 말씀과 강복에 특별히 귀를 기울이며 주님께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화동으로 나선 최우진·승원 남매도 이른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미리 교황에게 전할 카드를 직접 영어로 쓰고 교황의 그림을 그려서 준비해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들 남매가 건네는 꽃다발을 받고 아이들을 안아준 뒤 "친절해서 고맙고 사랑합니다"라고 이탈리아어로 말했고 이들은 "우리는 교황님을 사랑합니다"라고 미리 준비한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우진·승원 남매의 아버지 최용석 씨는 "아이들이 괜히 들뜰까봐 화동이 됐다는 말을 미리 하지 않고 지난 10일에 전했다"며 "교황님과의 만남이 단순히 좋은 기억이 아니라 교황님을 만날 준비로 다졌던 그 마음으로 평생을 올바르게 자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볼리비아 출신 이주노동자 아녜스 팔로메케 로마네트 씨는 스페인어로 교황을 위한 기도문을 작성해 왔으며, 필리핀 이주노동자 하이메 세라노 씨는 "교황이 내년에는 필리핀에 온다"면서 "한국과 필리핀 또한 교황 덕분에 하나로 이어지는 마음"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교황' '세월호 희생자 기억하고 있다' '교황' '세월호 희생자 기억하고 있다' '교황' '세월호 희생자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