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첫 만남에서 스페인어 "오셔서 환영합니다"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국어가 스페인어 인것을 미리 알고 센스를 발휘한 것.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 이날 박대통령은 직접 서울공항에 나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방문을 축하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한국어로 "교황님을 모시게 돼 온 국민이 모두 기쁘게 생각한다"고 거듭 환영인사를 했다.
그러자 교황은 "저도 기쁩니다"라며 "부에노스 아이레스(아르헨티나의 수도이자 교황의 고향)에도 많은 한국인들이 계신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한을 계기로 우리 국민에게 따뜻한 위로가 전해지고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새시대가 열리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에 교황은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왔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짧은 방한이지만 편안한 일정 되시길 바란다”고 하자 교황은 "매우 감사하다. 그동안 베풀어주신 배려를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교황이 공항에 마중 나온 신자들과 인사를 마치고 떠나기 전에 다시 스페인어로 "이따가 뵙겠습니다”라고 인사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입가에 미소를 띤채 눈을 마주치며 대화했다.
교황은 화동들로부터 꽃다발을 건네 받은 뒤 박 대통령과 함께 걸으며 나란히 의장대를 사열했다.
박 대통령은 교황이 사열 중 잠시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교황을 가볍게 부축하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교황은 이어 정부 및 천주교 인사, 평신도 등 환영단과 인사한 뒤 미리 예고된 국산 소형차량인 검정색 쏘울 차량에 몸을 실었다.
차량 탑승 전에는 국내 기자단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교황은 또 출발 직전 창문을 열고 박 대통령 등 환영단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박 대통령도 함께 손을 흔들어 정겨운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의 이번 영접에는 큰 의미가 있다. 방한한 손님을 직접 공항까지 가서 영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앞서 1984년과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한했을 당시에도 각각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은 공항에서 직접 교황을 영접한 바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공식환영식을 베풀고 교황과 면담한다. 이어 박 대통령과 교황의 공동연설이 진행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친서를 전달하거나 한국을 방문한 교황청 고위 인사를 통해 초청 의사를 전하는 방식으로 교황의 방한을네 차례 요청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1989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방문 이래 25년 만이다.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아시아 방문을 계획하면서 방한을 검토했으나 지난해 2월 사임하면서 무산되기도 했다.
청와대 환영식에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 우리 측 인사 13명과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등 교황청 수행단 15명 등 모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
이어지는 면담에는 윤 외교장관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교황청 국무원장과 주한 교황대사가 배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제는 정치보다는 인도적 사안이 될 것으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공동 연설은 박 대통령이 먼저 환영 인사를 한 후 교황이 발언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교황은 한반도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설은 TV를 통해 생중계된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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