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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밭길 앞둔 성남, 골잡이가 돌아왔다
입력 2014-08-14 07:05 
김동섭이 13일 FA컵 8강 영남대전에서 후반 31분 결승골을 넣은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성남 FC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성남 FC가 FA컵 준결승에 오른 지난 13일, 승리보다 값진 건 돌아온 골잡이였다. 간판 공격수 김동섭이 마침내 마수걸이 골을 기록했다. 시즌 개막 5개월 만이다.
김동섭은 이날 1골 1도움을 올리며 성남의 FA컵 준결승 진출을 견인했다. 전반 22분 헤딩 패스로 이창훈의 선제골을 돕더니 후반 31분 페널티킥을 깨끗이 성공시켰다. 김동섭의 골은 결승골이었다. 그리고 참 어렵게 넣은 시즌 첫 골이었다.
김동섭은 성남의 해결사였다. 지난해 성남의 유니폼을 입은 그는 14골을 넣으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7월에는 ‘미친 골 행진 속에 국가대표로 발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동계 전지훈련에서 부상으로 쓰러진 뒤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성남은 경기 안내 포스터에 김동섭의 골을 바라는 문구를 넣는가 하면, 베스트11에서 제외하는 충격 요법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김동섭의 무득점은 길어졌다. 골이 안 터지니 스스로 조급하고 자신감을 잃어갔다. 김동섭이 침묵하면서 성남의 성적도 점점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어느새 10위. 최하위 경남 FC와는 승점 3점차에 불과하다. 성남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골 가뭄이다.
K리그 클래식 20경기에서 11골에 그쳤다. 경기당 평균 0.55골이다. 12개 팀 가운데 최소 득점 1위다. 잡을 수 있었던 경기도 골 결정력 부족으로 날렸다. 최근 K리그 클래식 6경기에서 3골 밖에 넣지 못하면서 1승 1무 4패로 승점 사냥에 소홀했다.
그러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첫 골이 터졌다. 내친김에 FA컵 우승을 노리는 성남이었다. 김동섭은 결승골을 넣어 돌풍의 영남대를 잠재우면서 성남에게 2011년 이후 3년 만에 우승 기회를 만들어줬다. 또한, 골을 넣어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라는 이상윤 감독대행의 주문도 어느 정도 완수했다.
FA컵 준결승행을 이끈 골이었지만 앞으로 험난한 K리그 클래식 일정 앞두고 터진 골이었다. 성남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1,2경기만 그르치면 최하위로 미끄러진다. 앞으로 스플릿 5경기를 포함해 18경기가 남아있지만 추락할 경우 좀처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성남은 4연전이 매우 중요하다. 11위 부산 아이파크(홈·17일), 3위 수원 삼성(원정·24일), 8위 상주 상무(원정·30일), 9위 인천 유나이티드(홈·9월 6일)과 잇달아 경기를 치른다. 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위권에서 경쟁을 벌이는 팀들이다. 성남에겐 ‘승점 6점짜리 경기다.
그 가시밭길을 앞두고 골잡이가 돌아왔다. 페널티킥을 차라고 지시한 이상윤 감독대행의 배려도 깔려있었다. 이상윤 감독대행은 비록 K리그 클래식이 아닌 FA컵이지만 김동섭이 골 맛을 봤다. 큰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라며 흡족해 했다.
뒤늦게 첫 골을 신고한 김동섭은 밀린 골들을 이제부터 몰아치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그의 K리그 클래식 득점은 총 14골. 앞으로 남은 18경기에서 최소 14골을 넣겠다는 포부다. 경기당 평균 1골에 육박하는 수치다. 성남의 도약을 위해 자신의 골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김동섭은 팀 성적이 부진한데 나를 비롯해 공격수가 골을 못 넣어서 그렇다. 첫 골을 넣어 자신감을 회복했다. 지난해만큼 골을 넣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 팀도 한 단계 올라갈 것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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