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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레이더] `명량` 흥행과 영화株의 미래
입력 2014-08-13 17:07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명량'의 흥행 열풍이 거세다. 개봉 당일부터 각종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이 작품은 개봉 12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12번째이자 한국 영화 중에서는 10번째로 '천만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주식시장에서 관련주 주가도 크게 올랐다. 개봉 이후 명량의 투자ㆍ배급사인 CJ E&M 주가는 19.7% 급등했고 CJ CGV도 5.4% 상승했다. 이 기세라면 1330만 관객을 동원해 한국 박스오피스 사상 최고 기록을 보유한 2009년 '아바타'를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명량'의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먼저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흥행한 사례가 없었다. 충무로의 오래된 징크스 가운데 하나가 '충무공 영화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故) 김진규 선생이 주연한 '난중일기(1978년)'의 흥행 실패 이후 지금껏 이렇다 할 작품이 없었다.
나아가 배(船)가 나오는 영화는 망한다는 속설이 있었다. 대한민국은 그리스처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다. 해양민족인데도 불구하고 선박이나 항해 기술 등에 도통 관심이 없고, 이를 다룬 영화치고 흥행에 성공한 사례도 없다.

이 같은 염려에도 영화는 보란듯이 흥행에 성공했다. 임진왜란 당시 한ㆍ일 양국의 군선(軍船) 구조에 해박한 사람들도 갑자기 늘어났다. 명량의 성공은 몇 가지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영화 산업에 투자할 때는 항상 종전의 고정관념을 버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명량에 대한 투자 금액은 마케팅 비용을 포함해 185억원에 달한다. 보통 한국 상업영화의 평균 제작비가 50억~60억원인 점을 고려할 때 제아무리 CJ그룹이라도 고민이 깊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패를 거듭해 오던 '충무공 영화'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대박을 터뜨렸다.
둘째, 한국 영화산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 글로벌 진출이 더딘 분야는 영화 산업이다. 음악과 드라마는 상당 부분 글로벌 진출에 진척을 보이고 있지만 영화는 아니다. 명량이 거둔 성과가 대단하지만 협소한 국내시장에서 천만 영화를 내는 데 그칠 수는 없다.
명량이 영화계 징크스를 멋지게 깬 것처럼 한국 영화도 글로벌 진출을 달성할 날이 머지않았다. 이 경우 영화 관련주의 펀더멘털과 주가는 지금과는 다른 차원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증시의 영화 관련주를 차분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한승호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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