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행동을 뛰어넘은 '진짜 사나이' 박건형의 침묵
회사 면접을 보러 간 새내기들이 종종 듣는 당황스러운 질문이 있다.
"함께 면접 본 지원자 중 한 명을 떨어뜨려야 한다면, 당신은 누구를 떨어뜨리겠습니까?"
정말 난해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자신 스스로 이 면접을 보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고된 노력을 해 왔는지 잘 알고 있기에 무슨 자격으로 탈락자를 고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누군가 당당히 나서 외친다.
"제일 왼쪽 분을 떨어뜨리겠습니다. 말투도 어눌하고 준비가 부족해 보이는 듯합니다."
심장에 날아와 비수가 꽂힌다.
지난 8월 10일, MBC ‘진짜 사나이에서는 황금 독수리 부대에서 군대 훈련의 꽃이라 불리는 유격훈련 중 화생방 훈련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날 해외에서 생활하다 온 헨리는 영화에서만 보던 화생방 훈련에 대해 훈련 들어가면 춤출 것 같아요. 정말 기대됩니다”라며 한껏 부푼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영화 속 멋진 장면과는 너무도 달랐다.
컨테이너로 들어간 헨리는 "방독면 벗어"라는 말과 함께 몸속의 모든 액체가 빠져나갈 듯 침과 콧물을 줄줄 흘리기 시작한 것이다.
'전우를 버리고 나가지 말라'고 당부했던 교관의 말을 뒤로한 채 결국 컨테이너를 뛰쳐나가며 '집에 가고 싶다'라는 말만 연신 되풀이했다.
박건형과 김수로를 제외한 모든 분대원이 자리를 이탈하고 뛰쳐나가자, 교관은 이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교관이 들어가기 전 한 명이라도 이탈하게 되면 그 조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한 명이 도망치는 바람에 마음이 흔들려서 다 도망쳤습니다. 58번 교육생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58번 교육생 박건형. 그는 이 짧은 순간 수 많은 생각이 머리에 스치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그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당황한 교관은 재차 대답하라고 소리쳤지만, 굳게 다문 그의 입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얼차려를 선택한 그는 왜 대답을 안했느냐는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교관은 동료를 버렸다는 개념을 말하고 싶었나 봅니다. 하지만 헨리가 느꼈을 공포를 경험한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료를 버리고 혼자 살라고 한 배신자라는 압박감을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침묵을 지키고 얼차려를 선택했던 그에게서 과연 헨리는 무얼 느꼈을까.
집에 가고 싶다며 항상 힘들어했던 헨리. 그 시간 이후 자신을 믿어준 동료를 위했는지 또는 자신이 부끄러웠는지, 알 수 없는 강렬한 눈빛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하기 시작했다.
최근 연달아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는 군 인권문제. 분대원들에게 말투가 어눌하다며 폭력에 시달리다 사망한 ‘윤 일병 사건부터, 전역을 앞두고 자신을 무시하는 전우들에게 총기 난사를 하고 자살을 시도했던 ‘임 병장 사건까지….
과연 그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잘못을 하나씩 꼬집으며 충고해주는 선임병? 자신을 무시해버리는 후임병?
아마도 가장 필요했던 것은 타인의 잘못을 꼬집으며 구타로 고쳐주고자 했던 선임병이 아닌, '진짜 사나이'에서 보여줬던 동료를 믿고 이해한 박건형의 굳은 입술이 아니었을까?
박영근 MBN 인턴기자 [mbnreporter01@mbn.co.kr]
회사 면접을 보러 간 새내기들이 종종 듣는 당황스러운 질문이 있다.
"함께 면접 본 지원자 중 한 명을 떨어뜨려야 한다면, 당신은 누구를 떨어뜨리겠습니까?"
정말 난해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자신 스스로 이 면접을 보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고된 노력을 해 왔는지 잘 알고 있기에 무슨 자격으로 탈락자를 고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누군가 당당히 나서 외친다.
"제일 왼쪽 분을 떨어뜨리겠습니다. 말투도 어눌하고 준비가 부족해 보이는 듯합니다."
심장에 날아와 비수가 꽂힌다.
지난 8월 10일, MBC ‘진짜 사나이에서는 황금 독수리 부대에서 군대 훈련의 꽃이라 불리는 유격훈련 중 화생방 훈련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날 해외에서 생활하다 온 헨리는 영화에서만 보던 화생방 훈련에 대해 훈련 들어가면 춤출 것 같아요. 정말 기대됩니다”라며 한껏 부푼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영화 속 멋진 장면과는 너무도 달랐다.
컨테이너로 들어간 헨리는 "방독면 벗어"라는 말과 함께 몸속의 모든 액체가 빠져나갈 듯 침과 콧물을 줄줄 흘리기 시작한 것이다.
'전우를 버리고 나가지 말라'고 당부했던 교관의 말을 뒤로한 채 결국 컨테이너를 뛰쳐나가며 '집에 가고 싶다'라는 말만 연신 되풀이했다.
박건형과 김수로를 제외한 모든 분대원이 자리를 이탈하고 뛰쳐나가자, 교관은 이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교관이 들어가기 전 한 명이라도 이탈하게 되면 그 조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한 명이 도망치는 바람에 마음이 흔들려서 다 도망쳤습니다. 58번 교육생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58번 교육생 박건형. 그는 이 짧은 순간 수 많은 생각이 머리에 스치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그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당황한 교관은 재차 대답하라고 소리쳤지만, 굳게 다문 그의 입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얼차려를 선택한 그는 왜 대답을 안했느냐는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교관은 동료를 버렸다는 개념을 말하고 싶었나 봅니다. 하지만 헨리가 느꼈을 공포를 경험한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료를 버리고 혼자 살라고 한 배신자라는 압박감을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침묵을 지키고 얼차려를 선택했던 그에게서 과연 헨리는 무얼 느꼈을까.
집에 가고 싶다며 항상 힘들어했던 헨리. 그 시간 이후 자신을 믿어준 동료를 위했는지 또는 자신이 부끄러웠는지, 알 수 없는 강렬한 눈빛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하기 시작했다.
임 병장 / 사진=MBN
최근 연달아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는 군 인권문제. 분대원들에게 말투가 어눌하다며 폭력에 시달리다 사망한 ‘윤 일병 사건부터, 전역을 앞두고 자신을 무시하는 전우들에게 총기 난사를 하고 자살을 시도했던 ‘임 병장 사건까지….
과연 그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잘못을 하나씩 꼬집으며 충고해주는 선임병? 자신을 무시해버리는 후임병?
아마도 가장 필요했던 것은 타인의 잘못을 꼬집으며 구타로 고쳐주고자 했던 선임병이 아닌, '진짜 사나이'에서 보여줬던 동료를 믿고 이해한 박건형의 굳은 입술이 아니었을까?
박영근 MBN 인턴기자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