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싼타페 DM의 연비 부적합 판정을 받은 지 48일 만에 자발적 소비자 보상을 결정했다. 국토부의 연비 부적합 판정 직후 유감을 표명하며 억울함을 드러낸 것과 상이한 결론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우려한 정몽구 회장의 결단으로 해석하고 있다.
1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이날 현대차는 연비 부적합 판정을 받은 싼타페 DM 구매 고객에게 최다 40만원을 보상해주기로 결정했다. 또 표시 연비도 기존 14.4km/ℓ에서 13.8km/ℓ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26일 국토교통부는 싼타페 DM의 실 측정 연비가 표시연비보다 5% 이상 적다며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같은 날 산업부는 같은 차종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리면서 한 정부내 두 부처가 서로 상이한 결론을 내는 상황을 맞았다.
당시 현대차는 국토부와 산업부의 연비 검증 결과 발표 이후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또 그동안 산업부가 연비 검증을 해왔는데 갑작스레 국토부가 끼어들어 혼란을 초래했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현대차는 "국토부의 2013년 연비 조사는 산업부가 적용해온 연비 인증 법규와 시험주체, 시험장비, 시험조건 등이 상이했다. 이에 대한 업계 등의 문제제기로 실시한 국토부의 재조사에서도 테스트 드라이버 등 두 부처의 연비 조사 조건이 일치하지 않았다"며 "싼타페(DM) 2.0 2WD AT 모델 연비에 대한 관련 정부부처의 상이한 결론 발표에 대해 매우 혼란스러우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국토부의 연비 부적합 판정을 계기로 소비자들이 대거 소송에 돌입하는 등 후폭풍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현대차는 행정소송 등을 통해 연비 논란을 정면 돌파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미국 출장 중 입장 변화 기류가 감지됐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7일 미국 앨라바마 공장을 방문해 "지금까지의 10년은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일류 브랜드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며 "앞으로의 10년 동안 현대.기아차가 명실상부 일류 브랜드가 돼 소비자들이 최고로 선호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더욱 갈고 닦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강조한 브랜드 이미지 강화 차원에서 연비 논란을 조기에 수습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근 들어 현대기아차의 품질 논란과 내수용 차량 차별 논란 등이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연비 논란까지 확산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가졌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현대차가 지난 2012년 북미 시장에서 겪은 연비 과장사태로 90여만 명의 소비자들에게 4200억원의 보상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강경 대응에 나설 경우 또다시 국내 소비자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부담이다.
또 국토부와 더이상 대립각을 세우기가 쉽지 않은 점도 현대차 입장 선회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6월 연비 재검증 결과 발표 당시와 달리 연비 사후 검증이 국토부로 일원화된 상태다. 연비 검증의 주체가 산업부에서 국토부로 이관된 데 이어 리콜 권한 등도 확대되는 추세에서 국토부와 대립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실익이 적다는 결론을 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