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석기 내란음모 무죄, 내란선동과 내란음모를 어떻게 볼 것인가…'RO 실체는?'
입력 2014-08-12 13:57 
'이석기 내란음모 무죄'/사진=MBN


이석기 내란음모 무죄, 내란선동과 내란음모를 어떻게 볼 것인가…'RO 실체는?'

'이석기 내란음모 무죄'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에 대한 1심과 2심의 판단 가운데 가장 달라진 부분은 내란선동과 내란음모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관한 것입니다.

1심은 두 혐의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내란선동만 유죄로 보고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1심과 달리 지하혁명조직 RO의 실체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내란선동을 유죄로 보면서도 내란음모는 무죄로 판단한 것은 선동과 음모의 차이 때문입니다.


선동죄는 내란 행위의 시기나 대상이 구체적으로 특정될 필요가 없습니다. 내란범죄를 실행시킬 목적으로 선동행위를 했고, 선동 상대방이 내란범죄를 실행할 개연성이 있다는 점만 인정되면 유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란음모죄가 성립하려면 2인 이상이 내란범죄 실행에 합의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합니다.

내란행위의 주요한 부분인 시기와 대상, 수단 및 방법, 역할분담 등의 윤곽이 어느 정도 특정될 수 있게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재판부는 이런 기준에 비춰봤을 때 피고인들이 내란범죄 실행을 목적으로 선동행위를 한 부분은 인정되지만 내란범죄 실행을 위한 준비행위까지 나아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의원이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주요 기간시설 파괴를 포함, 130여명이 조직적으로 실행할 방안을 마련하고 명령이 떨어지면 일제히 실행에 옮기라고 발언한 부분이 선동죄를 유죄로 본 근거가 됐습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이 상명하복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회합 참석자들에게 구체적 실행 계획 마련을 위해 즉시 준비에 나설 것을 강조했고 참석자들도 이에 호응한 점을 고려할 때 가까운 장래에 내란범죄를 결의·실행할 개연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점들은 내란선동죄를 인정하기 위한 근거는 되지만 내란음모죄를 유죄로 보기 위한 근거까지는 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내란음모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지하혁명조직인 RO의 실체가 존재하느냐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변호인 측은 RO가 국정원과 검찰이 만든 허구, 가상의 괴물이라고 주장했지만 1심은 RO가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고 사회주의 실현을 목표로 수령관에 기초한 지휘통솔체계를 갖춘, 실재하는 조직이라고 봤습니다.

RO가 명칭과 3대 강령, 조직체계를 갖추고 일정한 규율과 가입절차를 가진 실재하는 조직이며, 이 의원이 RO의 총책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RO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제보자 진술의 신빙성은 인정할 수 있지만 그가 직접 경험한 소모임 활동 외에 RO 조직체계나 구성원 등에 관한 내용은 추측성 진술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다만 재판부는 RO가 존재하지 않지만 피고인들을 비롯한 회합 참석자들이 이석기 의원을 정점으로 하는 특정한 사람들의 집단에 속하며 어느 정도 조직화된 다수라고 볼 수는 있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내란음모' 사건으로 불렸던 이번 사건에서 정작 내란음모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재판부가 이 의원에게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한 것은 현직 국회의원이 공당에서 국가체제 전복을 논의했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재판부는 양형이유에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중대하고 급박한 해악을 끼치는 것으로 죄질이 무거워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습니다.

특히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 국가 이익을 우선해야 할 현직 국회의원 주도 아래 국가의 지원을 받는 공적인 정당모임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국가기간시설 파괴와 전시에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논의했음이 명백하고, 녹취록도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없는데도 범행을 반성하기는커녕 국가정보원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사회 분열과 혼란을 조장했다"고 꾸짖었습니다.

내란선동죄의 법정형이 내란음모죄와 마찬가지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로 무겁다는 점도 중형 선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의원이 이미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또다시 이번 사건을 주도했다는 점도 고려됐습니다. 이 의원은 2003년 민혁당 사건으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2005년 복권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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