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석기 의원, 항소심 재판서…내란 선동은 유죄-내란 음모 혐의는 '무죄?'
입력 2014-08-11 19:48 
이석기/ 사진=MBN


'이석기'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항소심 재판서 내란 선동은 유죄로 판결 됐지만, 내란 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1일 서울고법 형사9부 (부장판사 이민걸)는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이석기 의원이 국헌문란, 폭동 목적으로 내란을 선동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어 검찰이 기소한 내란 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국가 주요 시설 타격을 위한 준비 행위가 없었음으로 지하조직 RO의 실체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내란선동을 유죄로 보면서도 내란음모는 무죄로 판단한 것은 선동과 음모의 차이 때문입니다.


선동죄는 내란 행위의 시기나 대상이 구체적으로 특정될 필요가 없습니다. 내란범죄를 실행시킬 목적으로 선동행위를 했고, 선동 상대방이 내란범죄를 실행할 개연성이 있다는 점만 인정되면 유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란음모죄가 성립하려면 2인 이상이 내란범죄 실행에 합의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합니다.

내란행위의 주요한 부분인 시기와 대상, 수단 및 방법, 역할분담 등의 윤곽이 어느 정도 특정될 수 있게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재판부는 이런 기준에 비춰봤을 때 피고인들이 내란범죄 실행을 목적으로 선동행위를 한 부분은 인정되지만 내란범죄 실행을 위한 준비행위까지 나아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내란음모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지하혁명조직인 RO의 실체가 존재하느냐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변호인 측은 RO가 국정원과 검찰이 만든 허구, 가상의 괴물이라고 주장했지만 1심은 RO가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고 사회주의 실현을 목표로 수령관에 기초한 지휘통솔체계를 갖춘, 실재하는 조직이라고 봤습니다.

RO가 명칭과 3대 강령, 조직체계를 갖추고 일정한 규율과 가입절차를 가진 실재하는 조직이며, 이 의원이 RO의 총책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RO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제보자 진술의 신빙성은 인정할 수 있지만 그가 직접 경험한 소모임 활동 외에 RO 조직체계나 구성원 등에 관한 내용은 추측성 진술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다만 재판부는 RO가 존재하지 않지만 피고인들을 비롯한 회합 참석자들이 이석기 의원을 정점으로 하는 특정한 사람들의 집단에 속하며 어느 정도 조직화된 다수라고 볼 수는 있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내란음모' 사건으로 불렸던 이번 사건에서 정작 내란음모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재판부가 이 의원에게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한 것은 현직 국회의원이 공당에서 국가체제 전복을 논의했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재판부는 양형이유에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중대하고 급박한 해악을 끼치는 것으로 죄질이 무거워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습니다.

특히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 국가 이익을 우선해야 할 현직 국회의원 주도 아래 국가의 지원을 받는 공적인 정당모임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국가기간시설 파괴와 전시에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논의했음이 명백하고, 녹취록도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없는데도 범행을 반성하기는커녕 국가정보원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사회 분열과 혼란을 조장했다"고 꾸짖었습니다.

'이석기''이석기''이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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