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지하도로위 초고층 빌딩…도쿄의 파격 `도라노몬힐스`
입력 2014-08-11 17:16  | 수정 2014-08-11 19:08
아베노믹스와 2020년 도쿄올림픽 효과로 `도쿄 대개조`가 진행되고 있다. 미나토구 중소 오피스 밀집지역에 도로를 뚫고 그 위에 지어진 `도라노몬힐스`(왼쪽)와 일대 전경. [사진 제공 = 모리빌딩]
하네다 공항에서 급행 모노레일로 15분 거리인 하마마쓰초역에서 내려 다시 택시를 타고 5분가량 더 가자 오래된 저층 오피스 빌딩들 사이로 유독 높게 솟은 뾰족한 빌딩이 모습을 드러낸다. 2020년 도쿄올림픽 경기장으로 이어지는 수도환상2호선 도로를 지하로 뚫고 그 위에 지은 주상복합 빌딩 '도라노몬(虎ノ門)힐스'다. 지난 6월 개장한 이 빌딩은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미래 도시 도쿄' 프로젝트의 신호탄으로 평가받는 빌딩이다.
'롯폰기힐스'를 지은 일본의 부동산 개발회사인 모리빌딩이 도쿄도로부터 도로건설 예정지 1만7068㎡ 땅을 받아 지하에 도로를 내고 그 위에다 52층 247m의 건물을 지었다. 지상용적률 700%인 이 건물은 도쿄에서 두 번째로 높다.
2020년 올림픽을 앞두고 도쿄 도심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아베 신조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으로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아베 정부는 올해 초 "도쿄를 2020년까지 '세계 최고 국제 비즈니스 도시'로 만들겠다"며 특구로 지정하고 지원책을 발표했다. 미쓰이, 모리빌딩 등 일본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도쿄에서 동시다발적인 공사를 벌이면서 이른바 '도쿄 대개조'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월 도라노몬힐스 준공식에 직접 참석한 아베 총리는 "규제를 대폭 풀 테니 기업은 더 적극적으로 부동산을 개발해 도쿄의 경쟁력을 높여 달라"며 도시재생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이에 도라노몬힐스의 시행사인 모리빌딩의 쓰지 신고 사장은 "건축 규제 완화에 맞춰 1조엔(약 10조원)을 투자해 도쿄에 대형 빌딩 10개를 짓겠다"고 화답했다. 단군 이후 최대 개발사업이라던 31조원 규모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좌초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모리빌딩은 2019년까지 도라노몬 지역에서만 세 블록에 걸쳐 복합 재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고급 호텔인 오쿠라호텔 재건축과 대형 병원 신축 등 인근에 다른 시행자가 착공 예정인 사업도 세 곳이다.
도라노몬힐스 인근은 도심공동화가 심각한 곳이었지만 도로가 새로 뚫리고 6성급 '안다즈' 호텔과 MICE 시설이 복합된 건물이 들어서자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빌딩 37~46층에 위치한 최고급 레지던스는 전용면적 45~240㎡ 172가구로 구성됐는데 월 임대료가 55만~292만엔(약 3000만원)에 달한다. 모리빌딩은 절반을 분양했는데 도쿄 최고 수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 홍콩 미국 등 투자자들 사이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02년 도쿄도청의 민간참여자 모집으로 시작된 인근 지역 개발은 민관 합동개발의 대표적 사례로도 꼽힌다. 1946년 계획됐지만 일부 땅주인들의 동의를 받지 못해 50여 년간 도로를 짓지 못하던 곳에 개발회사인 모리빌딩이 나서서 지주들 동의를 받아오고 설계, 건설을 맡아 지분 87%를 받는 조건으로 개발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대형 복합건물이 들어서면서 인구가 유입되고 관광객이 찾으면서 주변 상권도 살아나고 있다. 인근에서 디저트가게를 운영하는 하마다 겐타 씨(40)는 "이 지역은 인근 긴자나 아카사카에 비해 훨씬 낙후된 동네였는데 도라노몬힐스가 들어선 이후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며 "명실상부한 도쿄의 새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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