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외국법원의 파산 결정 있어도, 국내에서 다시 판단받아야
입력 2014-08-10 14:59 

국내 기업이 거래하던 외국 회사에 내려진 파산 결정이 국내서 인정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을 제시한 판결이 나왔다. 국내법에서 정한 승인 없이는 안 된다는 것이 골자다.
전시기획사 문화HD는 2009년 2월 기획전 '클림트의 황금빛 유혹'을 열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은 덴마크 회사 아르텍에서 공급 받았다. 그 대가로 23만5000유로(약 3억2600만원)을 건네기로 했다. 문제는 문화HD가 대금을 치르기도 전에 발생했다. 아르텍이 덴마크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은 것이다.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은 아르텍 채권자들에게 전시대금을 받을 권리를 양도했다.
아르텍 채권자들은 한국 법원에 제소했다. 전시대금과 지급 지연에 따른 위약금 등 총 66만7000유로를 내라는 요구였다. 재판에서 떠오른 쟁점은 덴마크 법원에서 자국의 법률에 따라 이뤄진 채권 양도가 우리 법원에서 효력을 가지느냐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국내 법률이 정하는 절차를 강조했다. 덴마크 파산관재인을 심사하지 않고 무조건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민사19부(노태악 부장판사)는 "통합도산법에 둔 '국제도산편'에는 외국 법원의 파산절차의 국내 효력과 관련돼 이른바 '승인결정 제도'가 도입돼 있다"며 "이는 외국 파산절차의 효력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파산절차의 승인이 있다고 해도 파산관재인은 당연히 한국 내 재산의 관리 처분권을 취득하는 게 아니다"며 "우리 법원에서 국제 도산관리인으로 선임돼야만 처분권을 갖는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원고들은 올해 5월 다시 아르텍에서 직접 채권을 넘겨받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재판부는 이는 인정했으며 문화HD 등에 43만5000유로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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