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소규모의 틈새시장만을 겨냥하던 보급형 IT기기가 이제는 주력 상품으로 그 세를 확장하고 있다. '낮은 가격만큼 품질 경쟁력도 밀린다'는 기존의 부정적인 인식을 깨는 훌륭한 가격대 성능비의 제품이 속속 선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어려운 경제 상황도 보급형 IT기기의 성장에 한 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제품 하나를 사더라도 가격·성능·서비스 비교 등 수집 가능한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구매하는 합리적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술 개발을 위한 설비투자 비용이 포함되는 고성능 하이엔드 제품과는 달리 실사용에 요구되는 성능과 합리적 가격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사용자 편의성, 디자인 등 차별화 포인트까지 갖춘 IT 제품들이 '보급형'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8일 IT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기기가 대중화 되면서 적절한 스펙에 유지하면서 가격은 내리고 편의성은 높인 태블릿이 주력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인터넷과 멀티미디어 콘텐츠 사용에 적합하면서도 실용적인 태블릿을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사용 편의성과 합리적인 가격에 중점을 둔 새로운 G패드 시리즈 3종(G Pad 7.0', G Pad 8.0', G Pad 10.1')을 출시했다. 시리즈 공통으로 탑재된 IPS LCD 디스플레이는 영화, 동영상, 전자책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콘텐츠 감상을 위한 최상의 몰입감을 제공하며, 곡면형태의 매끄러운 유니바디 디자인을 채택해 큰 화면이지만 한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으로 안정성을 더했다. 특히 'G Pad 10.1'는 기존 보급형 태블릿이 주로 7~8인치의 크기에 그치는데 반해, 저렴한 가격에도 10.1인치의 큰 화면과 8800mAh의 대용량 배터리로 오랜 시간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이번 G패드 시리즈에는 전략 스마트폰 'G3'에 탑재된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UX)들도 대거 탑재되며 프리미엄 제품 못지 않은 사용 편의성을 자랑한다. LG전자만의 차별화된 보안 솔루션인 '노크 코드'를 비롯해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손쉽게 연동시킬 수 있는 'Q페어 2.0', 태블릿 화면을 상하로 나눠 두 개의 앱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듀얼 윈도우' 등이 대표적이다.
비싼 가격과 다루기 난해한 기능들로 전문가용 제품의 이미지가 강했던 DSLR 카메라도 최근 접근성을 대폭 낮춘 보급형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
니콘이미징코리아의 D3300은 우수한 가격대비 성능과 높은 휴대성 뿐만 아니라 누구나 손쉽게 전문가 수준의 촬영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촬영 편의 기능까지 갖춘 엔트리급(입문자용) DSLR 카메라다. 상위 모델인 D5300, D7100과 같은 2,416만 화소의 고화질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으며 렌즈가 본체 안으로 들어가는 침동식 구조의 표준 줌렌즈를 적용해 기존 대비 30% 가까이 부피가 줄었다. 또한 촬영 환경에 맞춰 적절한 사진 촬영 기법을 안내해주는 '가이드 모드'를 제공해 DSLR 카메라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에게 안성맞춤인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300여개가 넘는 브랜드가 난립하며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는 블랙박스 시장에서도 필요 이상의 스펙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실속형 제품으로 소비자의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차량용 IT 전문 제조업체 아이트로닉스에서 선보인 ITB-200L은 합리적인 가격에 블랙박스로서 갖추어야 할 필수 기능과 편의 기능은 모두 갖춘 보급형 1채널 HD블랙박스다. 우선 전방을 HD(1280X720)의 해상도와 30프레임의 끊김 없는 영상으로 상시 녹화하며, 아이트로닉스만의 특화된 영상 녹화 알고리즘을 통해 어두운 야간에도 사물과 번호판의 인식률을 극대화했다. 또한 차량 배터리 방전 차단 기능, 주차모드 자동 진입 및 해제, SD메모리카드 포맷 기능 내장, 음성녹음 ON/OFF, 전용 PC플레이어 제공 등 기존 상위 모델 제품이 가지고 있는 사용자 편의 기능은 그대로 유지했다.
높은 가격대로 외면 받던 기계식 키보드도 일반 키보드와의 가격 격차를 좁히는데 역량을 집중하며 시장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성컴퓨터에서 출시한 GO187LED VIKI는 고가의 체리 스위치 대신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카일 스위치를 사용해 합리적인 가격과 더 높은 게이밍 성능을 동시에 구현한 풀LED 기계식 키보드다. 기존 GO186WLED에서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았던 스테빌라이져 개선을 통한 소음 감소, 키캡 각인 개선 또한 그대로 계승하며 가격대 성능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과열된 스펙 경쟁에 대한 소비자의 피로감이 쌓이면서 성능과 가격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은 '보급형' 제품이 주목 받고 있다"며 "특히 하이엔드-보급형 간 기술 격차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어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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