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모 일병 사망 사건을 계기로 병영 폭력 실태가 집중 조명받고 있는 가운데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병사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은 2010년 사망한 민모 이병의 유족이 "고인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라"며 제기한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스무살 되던 2010년 육군에 입대한 민 이병은 자대 배치를 받은지 불과 한 달여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선임병들의 암기 강요와 욕설, 질책으로 인한 우울증이원인이었다.
민 이병은 자대에서 실시한 인성검사에서 정서적 불안 상태가 포착됐으나 중대장 등 간부들로부터 아무런 배려도 받지 못했다. 전입 당시 형식적으로 진행한 면담한 차례가 전부였다. 그러나 민 이병 사망 후 그를 괴롭힌 선임병들은 영창 15일, 휴가제한 5일 등의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민 이병을 방치한 간부들도 근신, 견책, 감봉 등 징계를 받는 데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관할 보훈청이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1.2심은 "고인이 선임병들 탓에 스트레스를 받다가 우울증이 생겼고 간부들의 관리가 부족한 상태에서 증세가 더욱 악화해 자살했다"며 유족 손을 들어줬다.
천주교 인권위원회는 "확인된 사실 이상의 심각한 가혹행위가 있었을 것이란 의혹을 유족들이 여전히 갖고 있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가가 민관 합동의 독립적인 상설 조사 기구를 설치해 군 의문사를 더욱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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