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괴로워하던 전모씨. 어느 토요일 낮 친구들을 만나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많은 술을 마신 전씨는 인사불성이 돼 골목길에 서 있던 홍모씨 트럭 아래로 들어가 잠들고 말았다. 차를 세우고 볼일을 보러 갔다 잠시 후 돌아온 홍씨는 차량 아래쪽에 있던 전씨를 보지 못한 채 운전대를 잡았다. 후진을 하던 중 전씨를 치고 말았는데, 그만 전씨는 사망에 이르렀다. 사망한 전씨의 죽음도 억울하지만, 자신이 전혀 모르고 있던 사이에 전씨가 트럭 아래에 들어갔다는 것을 안 홍씨의 당황스러움과 억울함도 그에 못지않게 컸다. 전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는 유족들에게 홍씨는 미안하면서도 할 말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차 밑에 있는 사람을 주의해야 할 의무는 기본적으로 운전자에게 있다. 이 때문에 홍씨의 과실이 인정된다. 다만, 만취한 채 도로에 누워 있던 전씨에게도 과실이 있기 때문에 당시 상황에 따라 두 사람의 과실범위가 다르게 책정된다.
우선, 도로에 누워 있는 행위는 도로교통법상 도로에서의 금지행위에 해당된다. 그 과실범위가 40% 정도로 책정되는 것이 통상이다.
다만, 이 장소가 주택이나 상점가, 학교 등 사람의 통행이 빈번한 곳이라면 보행자의 과실은 10% 정도 감산된다.
반면, 도로가 간선도로 등의 교통량이 많고 차량의 속도가 높아 보행자의 주의가 요구되는 곳이었다면 보행자 과실은 10% 정도 가산된다.
이 사고의 경우, 운전자 홍씨가 잠시 차를 세우고 볼 일을 보러간 점을 생각해보면 주택가의 도로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에 홍씨의 과실은 30% 정도로 볼 수 있겠다.
또 차 밑에 있는 사람을 주의해야 할 의무는 기본적으로 운전자에게 있지만 야간이나 날씨가안 좋은 경우 등 기타 시야 장애 시에는 운전자의 과실이 10% 정도 감산된다. 즉, 보행자가 주의해야 할 의무가 10% 가량 가산되는 것.
전씨의 경우 운전자가 식별하기 어려운 차 아래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과실범위를 10% 정도 더 물을 수 있겠다. 만일 전씨가 명백히 식별 가능한 곳에 누워서 잠들었다면 홍씨의 과실이 10~20% 가산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만취한 것 또한 과실로 볼 수 있어 보행자인 전씨의 과실이 10% 정도 추가될 것으로 판단된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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