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윤 일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4차 공판이 있었습니다.
긴 나무 의자 3개에 나눠앉은 피고인 6명은 재판 내내 무표정한 표정으로 앞을 보거나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맨 앞자리에 앉은 주범 이병장은 공판 전 눈을 감았다가, 재판이 시작되자 꼿꼿한 자세로 앉아 정면을 응시했습니다.
여드름난 얼굴에 둥근 안경을 쓴 그의 얼굴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했을까요?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이 병장을 향해 방청객들은 분노를 터뜨렸습니다.
알고보면 가해자인 이 병장 역시 군대 폭력의 희생자였습니다.
늦게 군에 간 이 병장은 이병 시절 선임병들한테서 '나이 처먹고 그것밖에 못하느냐' '군대가 만만하냐'며 욕설과 함께 갈굼을 당했다고 합니다.
나이 어린 선임병들한테서 폭언을 듣자 수치심에 잠을 잘 자지도 못할 만큼 힘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이른바 소원수리지에 썼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배신자'로 찍히기도 했다고 합니다.
결국 이 병장은 전출을 원했고, 옮겨간 부대에서는 표창도 여러번 받는 모범 사병이 됐습니다.
그러나 뒤로는 자신이 졸병때 당했던 그 고통보다 몇십배, 몇백배 더 큰 고통을 윤 일병에게 줬습니다.
폭력이 대물림되는 군대 내 병영 문화도 문제제이고, 이 병장의 인성도 문제인 듯합니다.
군대 내 인권침해사례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88년도 군대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뜻 싶습니다.
박준규 기자의 리포트를 잠깐 보겠습니다.
【 기자 】
윤일병 사망 사건은 그 실체가 드러날수록 더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군에 만연한 인권 침해 사례 중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군 관련 진정서에는 다양한 가혹 행위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모 상병은 후임을 내무실에 있는 2층 침상에 매달리게 한 뒤, 온몸을 주먹과 발 등으로 폭행했습니다.
모 병장은 후임을 부대 안에 있는 개집으로 끌고 가 허벅지에 과자를 두고 개가 그 과자를 핥아먹게 했습니다.
심지어 "피해자의 성기를 진공청소기에 넣고 작동시키는 엽기적인 성추행까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같은 인권 침해 진정 건수는 2001년 이래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정 내용 중 폭행·가혹행위가 19.9%, 건강·의료권 침해가 16.8%로 윤 일병 사례와 같은 내용이 1·2위를 차지했습니다.
▶ 인터뷰 : 송영근 / 새누리당 의원
- "앞으로 이와 같은 것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이 근본적으로 환골탈태 해야 합니다."
윤 일병 사건이 군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위한 도화선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MBN 뉴스 박준규입니다.
이런 끔찍한 군대 내 폭행 사건을 군 수뇌부는 알았을까요?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강한 질책 후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의 사의를 표명했지만, 여론은 그 정도로 끝날 분위기는 아닌 듯합니다.
화살은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관진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로 향하고 있습니다.
김 실장은 윤 일병이 사망한 다음 날인 4월8일 오전 헌병 최고책임자인 국방부 조사본부장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윤 일병이 쩝쩝 소리 내며 먹는다는 이유로 가슴 부위 등을 수십 회 폭행당해 기도 폐쇄로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김 실장은 이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해 관련자들을 엄벌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김 실장은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해 추가 보고를 일절 받지 못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주장이 나왔습니다.
한겨레가 보도한 내용인데요.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국방부 조사본부는 윤 일병이 숨진 다음날인 지난 4월8일 오전 이 사건과 관련해 1차적으로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 실장에게 '중요사건보고'를 했으며, 곧이어 백낙종 조사본부장이 대면보고를 했다는 겁니다.
조사본부는 서면보고 문건을 통해 "병영부조리 확인 결과, 사고자(가해자)들이 사망자(윤 일병) 전입 후 지속적으로 폭행 및 가혹행위한 사실이 확인됨"이라고 김 실장에게 보고했다는 겁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김 실장은 윤 일병이 단순 폭행 사망사고가 아니라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로 숨졌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다는 뜻이 됩니다.
김 실장이 사건 보고를 받고 전군 실태조사와 군 수뇌부 회의를 한 것도 의문입니다.
단순 폭행사건이라면 과연 이런 이례적 조치를 했을까요?
황진하 국회 국방위원장이 김관진 실장과 대화한 내용을 어제 시사마이크에서 공개했습니다.
▶ 인터뷰 : 황진하 / 국회 국방위원장
- "김관진 장관은 본인이 분명히 추가 보고는 못받았다는 겁니다. 이렇게 엽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잔인한 방법으로 한 것은 자신도 몰랐다. 육군 참모총장부터 지휘부가 후속보고를 했어야 하는데 안한 것 같고.…"
14년 만에 발생한 폭행 사망 사건인데도 권오성 육참 총장과 김관진 국방장관이 자세한 실태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게 잘 납득되지 않습니다.
국방부 조사본부나 육군 법무실이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군 수뇌부가 알면서도 내부적으로 조용히 처리하려 한 것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그 조사결과에 따라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책임져야 합니다.
박 대통령이 말한 군대 내 적폐는 그럴 때만 걷혀질 수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긴 나무 의자 3개에 나눠앉은 피고인 6명은 재판 내내 무표정한 표정으로 앞을 보거나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맨 앞자리에 앉은 주범 이병장은 공판 전 눈을 감았다가, 재판이 시작되자 꼿꼿한 자세로 앉아 정면을 응시했습니다.
여드름난 얼굴에 둥근 안경을 쓴 그의 얼굴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했을까요?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이 병장을 향해 방청객들은 분노를 터뜨렸습니다.
알고보면 가해자인 이 병장 역시 군대 폭력의 희생자였습니다.
늦게 군에 간 이 병장은 이병 시절 선임병들한테서 '나이 처먹고 그것밖에 못하느냐' '군대가 만만하냐'며 욕설과 함께 갈굼을 당했다고 합니다.
나이 어린 선임병들한테서 폭언을 듣자 수치심에 잠을 잘 자지도 못할 만큼 힘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이른바 소원수리지에 썼지만,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배신자'로 찍히기도 했다고 합니다.
결국 이 병장은 전출을 원했고, 옮겨간 부대에서는 표창도 여러번 받는 모범 사병이 됐습니다.
그러나 뒤로는 자신이 졸병때 당했던 그 고통보다 몇십배, 몇백배 더 큰 고통을 윤 일병에게 줬습니다.
폭력이 대물림되는 군대 내 병영 문화도 문제제이고, 이 병장의 인성도 문제인 듯합니다.
군대 내 인권침해사례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88년도 군대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뜻 싶습니다.
박준규 기자의 리포트를 잠깐 보겠습니다.
【 기자 】
윤일병 사망 사건은 그 실체가 드러날수록 더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군에 만연한 인권 침해 사례 중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군 관련 진정서에는 다양한 가혹 행위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모 상병은 후임을 내무실에 있는 2층 침상에 매달리게 한 뒤, 온몸을 주먹과 발 등으로 폭행했습니다.
모 병장은 후임을 부대 안에 있는 개집으로 끌고 가 허벅지에 과자를 두고 개가 그 과자를 핥아먹게 했습니다.
심지어 "피해자의 성기를 진공청소기에 넣고 작동시키는 엽기적인 성추행까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같은 인권 침해 진정 건수는 2001년 이래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정 내용 중 폭행·가혹행위가 19.9%, 건강·의료권 침해가 16.8%로 윤 일병 사례와 같은 내용이 1·2위를 차지했습니다.
▶ 인터뷰 : 송영근 / 새누리당 의원
- "앞으로 이와 같은 것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이 근본적으로 환골탈태 해야 합니다."
윤 일병 사건이 군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위한 도화선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 대책 마련이 절실합니다.
MBN 뉴스 박준규입니다.
이런 끔찍한 군대 내 폭행 사건을 군 수뇌부는 알았을까요?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강한 질책 후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의 사의를 표명했지만, 여론은 그 정도로 끝날 분위기는 아닌 듯합니다.
화살은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관진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로 향하고 있습니다.
김 실장은 윤 일병이 사망한 다음 날인 4월8일 오전 헌병 최고책임자인 국방부 조사본부장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윤 일병이 쩝쩝 소리 내며 먹는다는 이유로 가슴 부위 등을 수십 회 폭행당해 기도 폐쇄로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김 실장은 이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해 관련자들을 엄벌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김 실장은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해 추가 보고를 일절 받지 못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주장이 나왔습니다.
한겨레가 보도한 내용인데요.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국방부 조사본부는 윤 일병이 숨진 다음날인 지난 4월8일 오전 이 사건과 관련해 1차적으로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 실장에게 '중요사건보고'를 했으며, 곧이어 백낙종 조사본부장이 대면보고를 했다는 겁니다.
조사본부는 서면보고 문건을 통해 "병영부조리 확인 결과, 사고자(가해자)들이 사망자(윤 일병) 전입 후 지속적으로 폭행 및 가혹행위한 사실이 확인됨"이라고 김 실장에게 보고했다는 겁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김 실장은 윤 일병이 단순 폭행 사망사고가 아니라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로 숨졌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다는 뜻이 됩니다.
김 실장이 사건 보고를 받고 전군 실태조사와 군 수뇌부 회의를 한 것도 의문입니다.
단순 폭행사건이라면 과연 이런 이례적 조치를 했을까요?
황진하 국회 국방위원장이 김관진 실장과 대화한 내용을 어제 시사마이크에서 공개했습니다.
▶ 인터뷰 : 황진하 / 국회 국방위원장
- "김관진 장관은 본인이 분명히 추가 보고는 못받았다는 겁니다. 이렇게 엽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잔인한 방법으로 한 것은 자신도 몰랐다. 육군 참모총장부터 지휘부가 후속보고를 했어야 하는데 안한 것 같고.…"
14년 만에 발생한 폭행 사망 사건인데도 권오성 육참 총장과 김관진 국방장관이 자세한 실태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게 잘 납득되지 않습니다.
국방부 조사본부나 육군 법무실이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군 수뇌부가 알면서도 내부적으로 조용히 처리하려 한 것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그 조사결과에 따라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책임져야 합니다.
박 대통령이 말한 군대 내 적폐는 그럴 때만 걷혀질 수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