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들여다본 해운업계는 비리 백화점이었다.
선사들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과 정부의 선박검사를 대행하는 선박안전기술공단은 물론 이를 관리 감독해야할 해양수산부와 해경 일부 임직원도 이들과 결탁해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데 혈안이 돼 있었다.
인천지검 해운비리 특별수사팀(팀장 송인택 1차장검사)은 해운비리와 관련해 43명을 입건해 이인수 전 해운조합 이사장과 김상철 해운조합 안전본부장 등 18명을 구속기소하고, 전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 A씨 등 2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소속별로는 해운조합과 선박안전기술공단 관련 임직원이 각 각 20명, 해양경찰청 2명, 해양수산부 1명 등이다.
세월호 침몰 전까지 여객선이 인천항을 출항할 때 운항관리 업무를 맡아온 해운조합 운항관리자 5명은 선사 편에 서서 불법을 눈감는데 급급했다.
출항전 안전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고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이를 은폐하고, 해경 치안감 출신 해운조합 안전본부장은 운항관리자들에게 "여객선사와 마찰 일으키지 말라. 사업자(선사)들이 너희 월급을 준다. 사람 10명 더 탄다고 배가 가라 앉느냐"면서 선사의 과승.과적을 눈감아 주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침몰 전에도 청해진해운 모 여객선은 화물을 1.5배나 과적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경도 업자 편을 들었다. 인천해경 해사안전과장을 지낸 장모씨는 작년 2월~8월 사이 부하 직원의 정당한 수사와 감독을 방해하면서 선사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 이 모 전 해경 정보수사국장은 지난 4월 해경의 해운조합 압수수색 사실을 해경 선배인 해운조합 안전본부장에게 미리 알려주기도 했다.
이외 해운조합 사업본부장과 보상팀장 등은 해양사고 손해사정업무 담당 업체 지정 댓가로 금품을 수수하고, 해운조합 부회장은 선박사고를 가장해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해 9억 원을 받아 가로챘다.
정부의 선박 검사 업무를 대행하는 선박안전기술공단도 엉망이었다. 전직 이사장과 일부 임직원들은 선박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공금을 횡령하고 거래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챙겼다. 해양수산부 한 사무관은 공단 직원에게 검찰의 내사 착수 정황을 알려주며 검찰 수사에 대비토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인천지검은 "해운비리 수사를 통해 해운 관련 기관과 업체의 유착비리가 관행이었음이 드러났다"면서 "운항관리 감독기관 독립, 선박 거래가액 공시제도 도입, 해수부 전속고발권 규정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의 해운법은 선사 잘못으로 해양사고가 발생했을때 해수부가 전속 고발권을 이용해 고발해야 공소제기가 가능하다"면서 "10여년간 해수부 고발이 없었는데 해수부 고발 없이도 공소제기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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