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을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팔레스타인의 리아드 말키 외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할 때 전쟁범죄를 저지른 명백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팔레스타인 고위 관리의 이번 ICC 방문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가 72시간 한시적 휴전에 돌입한 가운데 이뤄졌다. 이스라엘이 29일간 가자를 공격하면서 가자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900여명에 달하고 부상자는 9000명을 넘어섰다.
말키 장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제기하는 전쟁범죄 혐의를 조사할 수 있도록 ICC에 사법권을 부여하길 바란다며 가자 사태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그는 또 팔레스타인 당국이 올해 내로 ICC에 가입할 의향이 있다며 이스라엘이 점령지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에 책임을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팔레스타인이 ICC에 가입할지 최종적으로 결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팔레스타인의 ICC 가입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스라엘에 위협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
팔레스타인은 ICC 회원에 가입하면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을 점령하고 유대인 정착촌을 확장한 것 등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2012년 11월 유엔 총회의 표결을 거쳐 '옵서버 단체'에서 '비회원옵서버 국가'로 지위가 격상돼 ICC에 가입할 조건을 갖췄다.
앞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2008년 12월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사태를 두고 ICC가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혐의를 다뤄주길 희망했지만 ICC 측은 팔레스타인이 국가 자격을 갖췄는지조차 불분명하다며 조사를 거부했다. 2008년 가자 침공 당시에는 팔레스타인인 14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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