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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널사’ 왕지원은 왜 정려원·채정안이 되지 못했나
입력 2014-08-06 09:25  | 수정 2014-08-06 09:49
[MBN스타 남우정 기자] 매력적인 전 여친 캐릭터를 그리려던 왕지원은 결국 정려원, 채정안이 되지 못했다.

순항하던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이하 ‘운널사)가 캐릭터들의 부조화로 빛을 잃고 말았다. 주조연들의 분량 차이는 결국 친절하지 못한 캐릭터가 됐다.

‘운널사는 대만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뻔한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가져와 큰 기대를 일으키진 못했다.

하지만 첫 방송부터 ‘운널사는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OST, 연출력으로 심상치 않는 반전의 칼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덕분에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시청률 상승세를 얻었고 동시간대 2위로 안착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장혁, 장나라 커플을 중심으로 보여진 메인 러브 스토리가 관심을 받았기 때문에 극을 주인공 중심으로 끌고 가는 것은 좋으나 서브 남녀 주인공인 최진혁과 왕지원의 분량이 대폭 없어지면서 이들의 캐릭터는 색을 잃고 말았다.

왕지원이 맡은 세라 캐릭터는 너무 늦게 등장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아쉬운 상황이다. 6년이나 사귄 남자친구 이건(장혁 분)를 믿고 자신의 꿈을 위해 유학을 떠났다. 다시 돌아왔을 땐 남자친구에겐 아이와 여자가 생겼고 이 때부터 생기는 갈등이 세라가 풀어나갈 이야기였다.

역대급 서브 여자주인공으로 불리는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정려원, ‘커피프린스 1호점의 채정안처럼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캐릭터였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정려원은 위암 판정을 받고 아무 말 없이 남자친구를 떠났지만 완치를 한 후 다시 돌아왔다. 이해할 수 있는 이유였기 때문에 남녀 주인공의 관계를 방해하는 요소였음에도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얻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채정안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별을 선택했지만 다시 돌아왔고 남자에게 먼저 프러포즈를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여자였기 때문에 여자들이 워너비로 떠올랐다.

세라도 사귀던 남자에게 갑자기 아이가 생겨서 이별 통보를 받는 캐릭터기 때문에 시청자들로부터 동정심과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세라가 유학에서 돌아오기도 전에 이건과 미영의 관계가 너무 진전되면서 세라가 돌아와서도 긴장감을 떨어졌다. 지금까지 그려진 세라 캐릭터는 그저 단순한 악역으로만 그려져 매력도, 존재감도 잃었다.

최진혁이 맡은 다니엘 캐릭터도 원작에서 미영(장나라 분)이 힘들어할 때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역할을 해왔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다니엘의 모습도 원작처럼 쿨했지만 갑자기 9~10회에선 미영에게 대시를 하는 알 수 없는 행동으로 한 순간에 ‘불륜남이 되고 말았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 작품이기 때문에 남녀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중요하고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모습이 ‘운널사의 인기요소였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주인공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여러 캐릭터들이 조화를 이루며 그 안에서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그려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운널사는 색을 잃고 방향을 잃었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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