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예탁금 1주새 1조↑…증시 안떠나는 개미
입력 2014-08-05 17:30  | 수정 2014-08-05 20:48
코스피가 상승세를 보이며 박스권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면서 증시 주변을 맴도는 개인투자자들의 대기성 자금이 급증세다. 코스피가 최근 박스권(2050)을 돌파하면서 차익 실현을 위해 주식을 팔았지만 주가 상승 분위기를 살펴 추가 투자 기회를 엿보는 '개미'들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관망세를 취하는 이들 대기자금이 시장에 본격 유입될 경우 주가 상승에 큰 몫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개인이 주식투자를 위해 맡겨놓은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16조1527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25일 14조6879억원이던 예탁금이 일주일 만에 1조4648억원이나 가파르게 늘었다. 이는 지난해 11월 1일(16조5588억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들 대기자금은 지난주 개인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1조8158억원 매도)과 코스닥시장(3879억원 매수)에서 1조4279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운 뒤 남긴 것으로 보인다. 신규로 들어온 예탁금은 아직 369억원에 불과하지만 차익을 실현하고도 증시를 완전히 빠져나간 투자자는 많지 않다는 뜻이다. 즉 코스피가 2060~2080까지 올라온 상황에서도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고객예탁금뿐만 아니라 증시로 언제든 유입될 수 있는 주변 자금도 함께 불어나고 있다.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개인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이 증가세를 나타내는 등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개미들이 부쩍 늘었다. 단기 자금을 나타내는 CMA 잔액은 일주일 새 42조4883억원에서 44조4318억원으로 2조원 가까이 뛰었다. 마찬가지로 위탁매매 미수금도 1205억원에서 1593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코스피가 박스권을 탈출해 3년 만에 최고점(2082.61)을 찍었지만 개인투자자는 적극적인 매수 주체로 떠오르지 못했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4조원을 쏟아붓는 동안 개인은 짧은 주기로 수익만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주가 상승을 확신하지 못하고 코스피가 조금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사는 행태를 반복한 것이다. 실제로 5일 코스피가 전날보다 14.16포인트(0.68%) 내린 2066.26을 기록하자 개인들은 2500억원 이상을 사들였다. 코스피가 무섭게 오르던 지난달 25~30일 1조3969억원 팔아치울 때와는 딴판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순매수에 나서는 '쌍끌이 장세'엔 수급상 개인이 매도하는 측면이 있지만 최근 장세는 그렇지 않았다"며 "장기간 주가 박스권을 지켜봤기 때문에 코스피 상승에 선뜻 베팅하지 못하고 관망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동안 눈치만 보던 개인들 투자심리가 조금씩 돌아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개인들이 쉽사리 박스권에 갇힌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외국인 유동성에 힘입어 코스피가 상승폭을 키우기 시작하면 개인도 후행적으로 상승장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순매수 강화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이대상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2009년 이후 개인이 본격적으로 주식시장 흐름을 주도한 적은 거의 없다"며 "코스피가 지난주 수준의 상승 속도를 이번주에도 보여줬으면 개인 매수세를 강하게 끌어들일 수 있었을 텐데 탄력이 약해진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손동우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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