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융 복합점포 설립 속도낸다…농협銀, 여의도에 첫 개설
입력 2014-08-05 17:21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금융 계열사가 사무공간을 공동 사용하는 복합점포가 활성화되면 고객이 공동 상담실에서 금융 상품에 관한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사진은 신한PWM 서울파이낸스센터점. [매경DB]
서울 여의도 우리투자증권 본사 1층. 우리은행 지점이 2주 전 떠난 자리에 농협은행이 신규 입점을 앞두고 세부적인 공간 배치 등 막바지 공사 중이다. 농협금융이 지난 4월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1층 공간 주인도 농협은행으로 바뀐 것이다. 농협은행이 오는 9월 1일 입점하면 우리투자증권과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첫 번째 복합점포가 될 전망이다.
다만 은행과 증권영업점 출입문을 달리한다. 창구와 사무공간도 칸막이로 분리하는 형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규제 완화 대책으로 복합점포 사무공간을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이 나왔지만 실제로 감독규정은 아직 개정되지 않아 당장 사무공간을 공유하기는 어렵다"며 "법 개정 일정에 따라 복합점포 윤곽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내년 상반기 서울ㆍ부산 같은 대도시에 2~3개 복합점포 신설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이 복합점포 규제 완화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점포 확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업권 간 칸막이가 사라지면 모든 금융 서비스를 한 번에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어서 '단골' 고객 확보에 유리하다. 기존 사무실에 추가로 입점하는 것이어서 설립 비용이 저렴한 데다 손쉽게 영업망을 확충할 수 있다. 실제로 은행 보험 증권 카드사 등을 거느리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은 '미완성' 복합점포를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KB금융은 은행과 증권을 결합한 점포(10곳), 증권ㆍ생명을 더한 점포(1곳) 등 미완성 복합점포 총 11곳을 갖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런 점포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게 나타나고 있어 확대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은행 프라이빗뱅킹(PB)과 증권 자산관리(WM)를 합친 하이브리드형 복합점포를 전국에서 25곳 운영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기존 은행 PB점포에 하나대투증권 투자금융(IB)을 융합한 복합금융점포(PIB)를 7곳 운영하고 있다.
비은행 금융사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은행 창구를 통해 방카슈랑스 상품을 판매하던 보험사들은 은행계 보험사들에 밀릴 수밖에 없고, 중소형 증권사들은 영업망이 넓은 은행에 의해 서서히 잠식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도 틈새상품 융합 판매 준비에 들어갔다. 삼성생명ㆍ화재 등 삼성금융 계열사는 지난해부터 서울ㆍ수도권에 점포를 추가 개설하고 복합점포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우선 설계사로 하여금 보험상품 교차 판매와 카드 모집 자격을 얻기 위한 교육을 받게 하고 있다. 삼성금융 계열사는 타당성 평가를 거쳐 하반기에도 복합영업 지점을 조금씩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복합점포 허용이 소비자를 위한 '원스톱 서비스'로 이어질지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고객정보 공유가 안 되는 상황에서 연계 영업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며 "같은 계열사끼리도 치열한 상품 판매 경쟁을 벌이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강계만 기자 / 이유섭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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