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글로벌 뷰] 증시 방향 좌우하는 정책의 힘
입력 2014-08-05 17:13 
2013년 5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중단할 수 있다는 한마디에 많은 신흥국 금융시장이 속절없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선진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계 금융시장이 미국 유동성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다. 여기에 중국에서 신용경색에 대한 염려까지 겹치면서 그 충격은 일파만파 커졌다. 코스피도 2000선에서 1780까지 10% 넘게 추락했다.
미국 통화정책에 반응하는 금융시장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미국은 국채와 주택담보채권을 사들이는 양적완화 정책을 올해 10월께 중단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지난해와 달리 금융시장 반응은 차분하다. 미국 국채 금리는 낮은 수준에서 안정돼 있고 신흥국 증시는 회복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와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이미 미국 통화정책의 후퇴는 충분히 예견된 것이어서 심리적인 충격이 작아졌다. 게다가 중국 경제 회복이 가세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세계 자금시장에서 가장 선호 받는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들어 빠르게 개선되는 중국 경제 때문이기도 하다.
또 다른 차이는 정책이다. 지난해는 미국의 정책 후퇴로 정책의 공백 상황에 놓였던 세계 각국이, 최근 경제를 살리려 다양한 제도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럽이 미국과는 반대로 통화 확장 정책을 쓰기 시작했다. 향후 2년간은 미국의 유동성 후퇴보다는 유럽의 유동성 확장에 따른 효과가 더 클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적인 유동성이 위축될 것이라는 불안이 잦아들었다. 아울러 신흥국도 자국 경기 부양을 위한 노력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멕시코를 보면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1.2%포인트까지 더 늘리기로 하고, 진작 기준금리도 50bp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높은 물가 때문에 금리 인하가 어려운 브라질도 정기예금에 대한 지급준비금의 절반을 은행에 대출, 혹은 자산매입 용도로 돌려주는 획기적인 정책을 내놓았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그리고 정치 불안 이후 안정을 모색하는 태국 등도 적극적인 정책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경기 부양책도 이와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 초반 기세가 약해지면서 정책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정부와 중앙은행이 공조를 통해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그래야 정책 효과를 업은 코스피 상승세도 이어질 수 있다.
[김승현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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