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관문에 4일(현지시간) 세워진 '군 위안부 기림비' 제막식에 맞춰 미국을 찾은 이옥선(87), 강일출(86) 두 할머니가 미국 백악관·국무부 관계자들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할머니와 백악관·국무부 만남은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아무 배석자없이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미국 정부의 최고기관인 백악관과 국무부가 잇따라 군 위안부 할머니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이번 면담을 계기로 미국 정부의 군 위안부 관련 정책에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두 할머니의 방미 활동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이날 연합뉴스에 "이옥선, 강일출 두 할머니가 철저한 보안 속에 미국 백악관·국무부 인사들과 이틀간 연쇄 회동했다"고 밝혔다.
두 할머니와 백악관 관계자의 면담은 지난달 29일에, 국무부 인사들과의 만남은 다음날인 30일에 각각 1시간여 동안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각각의 면담에 앞서 "아무런 배석자 없이 만나기로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따라 두 기관과의 면담에는 두 할머니만 참석했으며, 두 할머니의 발언을 전할 통역사도 미국 정부에서 데리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백악관과 국무부는 두 할머니와의 발언 내용을 모두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할머니들을 면담한 인사들의 인적사항도 소개하지 않았으며, 회동 자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단서를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쇄 면담을 사후에 확인한 한국측 인사들도 이에 두 할머니를 만난 백악관과 국무부 관계자가 누구이며 몇명인지, 어떤 내용의 대화가 오고갔는지, 면담 시간은 정확히 얼마나 진행됐는지 등 정보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번 일에 관여한 소식통들은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가 군 위안부 할머니를 잇따라 만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번 면담을 계기로 미국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책방향에 일정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소식통들은 두 할머니를 면담한 백악관과 국무부 인사들은 두 기관 내 한국과 일본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들일 것으로만 추정했다.
이번 연쇄 비밀 면담은 지난 1월 미국 연방하원이 미국 국무부로 하여금 일본 정부에 지난 2007년 미국 연방하원의 '군 위안부 결의안'을 준수하도록 독려하는 세출법안을 통과시킨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 법안을 주도한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 연방 하원의원이 최근 "미국 국무부가 법안 통과에도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 점에 비춰 미국 정부가 후속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두 할머니를 잇따라 면담했다는 해석도 있다.
이 법안은 지난 1월 15일과 16일 미국 상·하원을 통과한 데 이어 다음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식으로 서명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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