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아들을 둔 엄마들은 참담함을 넘어 절망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원정 출산이라도 가야겠다' '이런 군대에 어떻게 자식을 맡기느냐' '군 장성과 장관은 자식도 없느냐'
들끓는 여론에 밀려 국방 장관은 결국 고개를 숙였습니다.
▶ 인터뷰 : 한민구 / 국방부 장관(어제)
- "국민 여러분께 큰 충격과 심려를 끼쳐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군 당국이 70~80년대 구타 관행을 뿌리뽑고자 병영 문화 개선 조치를 내놓은 지 15년이 지났지만, 나아진 건 없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자료를 보면, 2001년 164명이던 군내 사망자는 지난해 117명으로 감소했지만, 자살자는 66명에서 79명으로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전체 사망자 가운데 자살자 비율도 40%에서 67.5%로 늘었습니다.
군대를 보내지 않겠다는 부모들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 인터뷰 : 손인춘 / 새누리당 의원(어제 국회 국방위)
- "김 상병은 김 일병 감기 걸렸어? 눈짓을 합니다. 무슨 뜻입니까? 나와라. 그래서 나가요. 김 일병 감기 걸렸어? 지금도 아파? 몇 번씩 때리죠. 그러면 김 일병은 안 아픕니다. 그럼 감기 끝난 거에요."
▶ 인터뷰 : 서영교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어제 국방위)
- "아들이 있는데 군대를 보내야 하나요? 안 보내야 하나요?"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군 당국을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 SYNC : 박근혜 / 대통령
- "앞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떤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차원에서도 일벌백계로 책임을 물어 또다시 이런 사고가 일어날 여지를 완전히 뿌리뽑기 바랍니다."
가해자와 방조자도 모두 일벌 백계하라고 했습니다.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군 검찰이 살인죄 적용을 다시 검토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방조자는 어떻게 일벌 백계해야 할까요?
어디까지를 방조자로 봐야할까요?
윤 일병은 지난 4월6일 오후 선임병들의 집단 폭행으로 쓰러져 숨졌습니다.
고참들은 윤 일병이 음식물 취식 중 의식을 잃었다고 소속 대대 지휘통제실로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6시간 뒤인 밤 10시40분쯤 행정병이 대대장에게 윤 일병이 쓰러진 원인은 음식이 아니라 선임병들의 폭행때문이라고 수정보고 했습니다.
이튿날 28사단 헌병대는 가해자 3명을 긴급체포했고, 권오성 육군참모총장 등 육군 지휘부에는 7일 오후 2시에 보고했습니다.
육군 공보실은 이날 늦게 윤 일병이 선임병들에게 맞아 쓰러진 뒤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숨졌다고 언론에 브리핑했습니다.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은 4월8일 군 수사기관으로부터 윤 일병이 '쩝쩝' 소리 내며 먹는다는 이유로 가슴 부위 등을 수십회 폭행당해 사망했다고 보고 받았습니다.
그렇게 이 사건은 단순 폭행사건으로 분류됐고, 연대장과 대대장 본부 포대장 등 관련자 16명이 징계를 받고 끝났습니다.
그러나 군 검찰은 5월2일 가해자들을 기소하면서 윤 일병에게 치약을 먹이고,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육군은 이를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이때 가혹행위에 대한 제대로 된 발표가 있었어야 합니다.
육군 수뇌부와 김관진 장관 역시 제대로 된 진상파악을 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군 수뇌가 8월1일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 쉬시했다는 얘기입니다.
심지어 6월30일 임명된 한민구 국방장관은 7월31일 언론보도를 보고 이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합니다.
▶ 인터뷰 : 노철래 / 새누리당 의원
- "취임하자마자 그간 과정 혹시 보고받으셨습니까?"
▶ 인터뷰 : 한민구 / 국방부 장관
- "제가 보고받은 바가 없고 인지한 것은 7월 31일입니다."
진상을 알면서도 쉬쉬한 사람은 모두 방조자인 셈입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일요일 한민구 국방장관을 불러 호통을 쳤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지난 3일)
- "그거 왜 이렇게 은폐를 하려고 그래요? 분명히 살인사건입니다. 이런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는데 왜 문책의 범위가 이것밖에 안 됩니까? 내가 치가 떨려가지고 말이 제대로 안 나와요."
야권은 권오성 육참총장 뿐 아니라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박영선 /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어제)
- "구타의 대물림, 항거불능의 가학성과 잔인성이 어떻게 병영 내에 존재하고 은폐될 수 있는 것인지, 국방부 장관께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주실 것은 물론, 그 당시의 국방장관인 현재 김관진 안보실장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당 내에서도 이런 야당의 주장이 터무니 없는 정치 공세라는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황진하 의원은 "김관진 전 장관에게 어떻게 보고가 됐고, 어떻게 조치를 했는지 등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면서 "그런 다음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실장이 장관으로 일하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2011년 해병대 총기 난사사건, 2012년 북한군 노크귀순, 2013년 탈북자 NLL 월북, 얼마 전 22사단 총기난사 사건까지 많은 사고가 있었지만 김 장관은 오히려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영전했습니다.
이번에도 무사히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요?
군 수뇌부에 대한 문책은 땜질 처방에 불가합니다.
우리 사회 기본적인 인성교육이 절실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아들을 둔 엄마들은 참담함을 넘어 절망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원정 출산이라도 가야겠다' '이런 군대에 어떻게 자식을 맡기느냐' '군 장성과 장관은 자식도 없느냐'
들끓는 여론에 밀려 국방 장관은 결국 고개를 숙였습니다.
▶ 인터뷰 : 한민구 / 국방부 장관(어제)
- "국민 여러분께 큰 충격과 심려를 끼쳐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군 당국이 70~80년대 구타 관행을 뿌리뽑고자 병영 문화 개선 조치를 내놓은 지 15년이 지났지만, 나아진 건 없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자료를 보면, 2001년 164명이던 군내 사망자는 지난해 117명으로 감소했지만, 자살자는 66명에서 79명으로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전체 사망자 가운데 자살자 비율도 40%에서 67.5%로 늘었습니다.
군대를 보내지 않겠다는 부모들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 인터뷰 : 손인춘 / 새누리당 의원(어제 국회 국방위)
- "김 상병은 김 일병 감기 걸렸어? 눈짓을 합니다. 무슨 뜻입니까? 나와라. 그래서 나가요. 김 일병 감기 걸렸어? 지금도 아파? 몇 번씩 때리죠. 그러면 김 일병은 안 아픕니다. 그럼 감기 끝난 거에요."
▶ 인터뷰 : 서영교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어제 국방위)
- "아들이 있는데 군대를 보내야 하나요? 안 보내야 하나요?"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군 당국을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 SYNC : 박근혜 / 대통령
- "앞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떤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차원에서도 일벌백계로 책임을 물어 또다시 이런 사고가 일어날 여지를 완전히 뿌리뽑기 바랍니다."
가해자와 방조자도 모두 일벌 백계하라고 했습니다.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군 검찰이 살인죄 적용을 다시 검토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방조자는 어떻게 일벌 백계해야 할까요?
어디까지를 방조자로 봐야할까요?
윤 일병은 지난 4월6일 오후 선임병들의 집단 폭행으로 쓰러져 숨졌습니다.
고참들은 윤 일병이 음식물 취식 중 의식을 잃었다고 소속 대대 지휘통제실로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6시간 뒤인 밤 10시40분쯤 행정병이 대대장에게 윤 일병이 쓰러진 원인은 음식이 아니라 선임병들의 폭행때문이라고 수정보고 했습니다.
이튿날 28사단 헌병대는 가해자 3명을 긴급체포했고, 권오성 육군참모총장 등 육군 지휘부에는 7일 오후 2시에 보고했습니다.
육군 공보실은 이날 늦게 윤 일병이 선임병들에게 맞아 쓰러진 뒤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숨졌다고 언론에 브리핑했습니다.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은 4월8일 군 수사기관으로부터 윤 일병이 '쩝쩝' 소리 내며 먹는다는 이유로 가슴 부위 등을 수십회 폭행당해 사망했다고 보고 받았습니다.
그렇게 이 사건은 단순 폭행사건으로 분류됐고, 연대장과 대대장 본부 포대장 등 관련자 16명이 징계를 받고 끝났습니다.
그러나 군 검찰은 5월2일 가해자들을 기소하면서 윤 일병에게 치약을 먹이고,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육군은 이를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이때 가혹행위에 대한 제대로 된 발표가 있었어야 합니다.
육군 수뇌부와 김관진 장관 역시 제대로 된 진상파악을 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군 수뇌가 8월1일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 쉬시했다는 얘기입니다.
심지어 6월30일 임명된 한민구 국방장관은 7월31일 언론보도를 보고 이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합니다.
▶ 인터뷰 : 노철래 / 새누리당 의원
- "취임하자마자 그간 과정 혹시 보고받으셨습니까?"
▶ 인터뷰 : 한민구 / 국방부 장관
- "제가 보고받은 바가 없고 인지한 것은 7월 31일입니다."
진상을 알면서도 쉬쉬한 사람은 모두 방조자인 셈입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일요일 한민구 국방장관을 불러 호통을 쳤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지난 3일)
- "그거 왜 이렇게 은폐를 하려고 그래요? 분명히 살인사건입니다. 이런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는데 왜 문책의 범위가 이것밖에 안 됩니까? 내가 치가 떨려가지고 말이 제대로 안 나와요."
야권은 권오성 육참총장 뿐 아니라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박영선 /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어제)
- "구타의 대물림, 항거불능의 가학성과 잔인성이 어떻게 병영 내에 존재하고 은폐될 수 있는 것인지, 국방부 장관께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주실 것은 물론, 그 당시의 국방장관인 현재 김관진 안보실장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당 내에서도 이런 야당의 주장이 터무니 없는 정치 공세라는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황진하 의원은 "김관진 전 장관에게 어떻게 보고가 됐고, 어떻게 조치를 했는지 등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면서 "그런 다음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실장이 장관으로 일하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2011년 해병대 총기 난사사건, 2012년 북한군 노크귀순, 2013년 탈북자 NLL 월북, 얼마 전 22사단 총기난사 사건까지 많은 사고가 있었지만 김 장관은 오히려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영전했습니다.
이번에도 무사히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요?
군 수뇌부에 대한 문책은 땜질 처방에 불가합니다.
우리 사회 기본적인 인성교육이 절실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