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외국인 `바이코리아` 계속된다
입력 2014-08-04 17:36  | 수정 2014-08-04 19:51
지난주 코스피가 3년 만에 최고점(2082.61)을 찍은 후 외국인들은 한때 순매도로 돌아서기도 했지만 이내 '바이코리아' 행진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인 장바구니를 분석한 결과 키워드는 저평가주와 배당주, 그리고 정책주로 인식되는 내수주로 요약됐다.
4일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7.32포인트(0.35%) 오른 2080.42로 마감했다. 기관이 2500억원 넘는 주식을 팔았지만, 외국인이 2200억원 넘는 주식을 사들이며 방향을 바꿨다. 지난 1일 13거래일 만에 순매수 행진을 멈췄던 외국인이 하루 만에 다시 '사자'로 돌아선 셈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의료정밀(2.50%) 은행(1.86%) 등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아시아 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지만 한국 증시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며 "그동안의 저평가 요인에 정책효과까지 부각돼 외국인들이 재조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다른 신흥국과 비교할 때 큰 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7월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수 규모는 40억3000만달러였다. 인도(19억1800만달러) 인도네시아(11억2500만달러) 대만(11억1400만달러) 태국(4억2700만달러) 등보다 훨씬 크다.

지난달 외국인의 매수 패턴을 분석한 결과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모두 코스피 종목이 들어와 대형주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현대차(7458억원ㆍ1위) 현대모비스(1835억원ㆍ6위) 기아차(1648억원ㆍ8위) 등 '현대차그룹 3인방'에 자금이 쏠린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그동안 원화강세 때문에 주가가 지지부진했지만 환율이 안정되면서 저평가 요인이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로 실적에 비해 주가가 싸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사들인 것 같다"고 밝혔다. 외국인들이 LG전자를 매수 상위 10위(1239억원)에 올린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금융주와 건설주 등 '정책 관련주'의 돌풍도 눈에 띄었다. 금융업종에선 신한지주(2794억원ㆍ3위) KB금융(2347억원ㆍ4위) 하나금융지주(1976억원ㆍ5위) 기업은행(896억원ㆍ15위) 등 대부분 종목이 순매수 상위에 올랐다. 현대건설(1350억원ㆍ9위) 등 건설주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은행주와 건설주는 최경환 정책팀의 경기부양책 대표 수혜주로 꼽힌다"며 "롯데쇼핑(987억원ㆍ12위)을 사들인 것도 건설→은행→내수로 이어지는 정책효과를 장기적으로 예상해 미리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마지막으로 관심을 집중시킨 종목은 배당주였다. 한국전력(1663억원ㆍ7위) 포스코(941억원ㆍ14위) KT(765억원ㆍ19위) 등 전통적인 배당주로 꼽힌 종목에 매수세가 몰렸던 것. 삼성전자(5242억원ㆍ2위)도 중간배당과 보수적인 하반기 실적 전망에 실망 매물이 나왔지만 연말 배당 확대 등의 가능성은 아직 유효하다는 평가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는 기업 이익과 함께 심리가 중요한데 정부의 확고한 부양 의지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며 "정부 정책이 구체화되면 외국인 수급이 더 개선돼 지수 상승을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했다.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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