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LTV·DTI 풀어 수요 불씨는 살려놨는데…
입력 2014-08-04 17:09  | 수정 2014-08-04 19:17
"주택 공급 축소는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다." 지난해 7월 31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팔래스호텔에 국내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모아놓고 던진 말이다. 세제나 금융 지원 등 아무리 대책을 내놓아도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백약이 무효하다는 얘기였다. 국토부는 이때 연간 40만가구에 달하는 주택 공급량을 30만가구 수준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자신 있게 발표는 했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 공급 과잉이 서 장관과 국토부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돌아왔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고 재건축 규제까지 풀어주면서 수도권에서 거래 회복 조짐이 일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새집이 쏟아지면서 공급 과잉 공포 또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은 총 21만9963가구. 이는 전년 동기 실적을 22% 초과한 수치다.
특히 새 경제팀 출발을 전후해 LTVㆍDTI 완화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아파트 공급은 지난해 동기 대비 49.7% 증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규제 완화를 전후해 수도권 주택 거래량이 회복되면서 전반기에 인허가ㆍ분양을 미뤘던 건설사들이 하반기 분양에 대거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반기 동안 한 달 평균 4만가구 안팎 공급량을 나타낸 것을 보면 국토부가 목표로 하는 37만가구 이내 신규 공급은 사실상 이미 물 건너갔다. 상반기와 똑같은 공급 속도만 보여도 총 48만가구에 이르는데 하반기엔 경기 회복 바람을 타고 50만가구를 '훌쩍' 넘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최근 시장전문가들을 세종시 정부종합청사로 초청해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과 수요ㆍ공급 현황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정부 역시 목표했던 공급치를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되자 긴장 속에서 대책을 강구 중인 모습이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4일 기자 간담회에서 "업체들 경기전망심리가 좋아지면서 분양이 늘어난 건 긍정적이지만 걱정되는 부분도 있어 예의 주시 중"이라며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과잉 공급 공포가 불거지는 배경에는 최근 정부의 규제 해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매각이 자리 잡고 있다. 국토부는 최근 유주택자에게 청약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기존에 보유 주택 수에 비례해 청약점수를 깎던 감점 조항을 없애는 등 청약제도 전반에 대한 손질을 시작했다. 유주택자들을 시장에 끌어들여 주택 거래에 불을 지펴보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청약심리 회복 속도보다 신규 분양시장이 더 빨리 반응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대다수 건설사가 작년 하반기 대비 3~4배 이상 공급 물량을 대폭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고위 관계자는 "민간 건설사는 전반기 세월호 참사로 분양이 대거 지연된 반면 금융이자 등 비용은 늘고 있어 무작정 분양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공공분양을 사실상 없애고 임대로 전환했기 때문에 공급량이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딴판이다. 부채 감축 압박을 받고 있는 LH가 아파트 용지를 속속 민간에 팔면서 분양 속도가 예전보다 빨라지고 있다. LH 상반기 토지 판매 실적은 8조6411억원(689만3000㎡)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7% 증가했다. 아파트 용지는 작년보다 2배 많이 팔렸고 이 중 6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토지 매입 6개월 후 분양이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수도권 물량 폭탄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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