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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레게 바보’ 스컬에게 ‘왜 레게를 하냐’고 물으신다면
입력 2014-08-04 16:16 
[MBN스타 박정선 기자] 가수 스컬의 여행기가 시작됐다. 자리에 앉자마자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며 당시 상황을 하나하나 그려나갔다. 그에게 듣는 여행 이야기는 첫 정규 앨범 ‘킹 오 아이리(King O Irie)의 수록곡들, 뮤직비디오를 통해 고스란히 묻어났다.

우직하게 레게(Reggae)의 길을 걸어 온 스컬은 ‘스컬=레게라는 공식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레게 사랑이 남다르다. 이번 앨범은 특히 그의 생애 첫 정규 앨범인터라 대중들에게 익숙했던 스컬&하하 보다 더욱이 레게 선구자 스컬의 색깔이 오롯이 담겼다.

그는 싱글이 주를 이루고 있는 현 음악시장에서 무려 14곡을 수록한 정규 앨범을 내놓았다. 무려 4년이라는 작업 기간에 걸쳐 내놓은 이번 정규앨범이 그에게는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처음이라는 것도 한 몫 하지만, 그의 레게 인생을 모두 담다냈다는 것이 가장 특별한 이유다.


작업 기간이 오래 걸렸다. 그간 앨범을 길게 작업해봤자 1년이었는데 이번 앨범은 2010년 1월 군 제대 이후 작업을 시작했다. 총 4년가량 걸린 거다. 올해 초에 곡 작업이 끝나고 2월부터 4월말까지 뮤직비디오 촬영을 했고, 편집이 6월에 끝났다. 언제 나올지 모르고 오랫동안 준비하다 보니 완성된 앨범을 직접 받기 전까지 계속 작업하는 느낌이었다.”

오랫동안 공들인 작품인 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수차례의 수정 작업을 거쳐 만들어낸 이 앨범에 대해 그는 언제, 누구에게 보여드려도 자신있다”고 말했다. 사실 ‘스컬이라는 가수보다 대중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는 스컬&하하의 모습이다. 예능에서 보여준 ‘부산 바캉스 ‘라가머핀(Ragga muffin) 등의 곡들이 스컬&하하로 대중들에게 익숙한 곡이라면 이번 곡은 ‘완전 다른 스타일로 만들어졌다.

다시 만들어도 내 능력 안에서 이것 이상은 못 만들 거다. 사실 대중성을 보장할 수는 없겠지만 꼭 1등하고 싶다. 레게 하는 사람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1등을 한 적도 없지 않나. 대중들에게 레게라는 장르에 대해 조금 더 알려주고 싶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뮤직비디오다.”

한 앨범에 무려 14곡을 실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보다 더 시선을 끈 것은 뮤직비디오다. 자메이카, 쿠바, 홍콩, 미국 등지를 돌며 제작한 뮤직비디오는 타이틀곡 ‘결혼해요를 비롯해 ‘연예인이고 지랄이고 등 무려 4편에 달한다.

모든 뮤지션들이 자신의 음악에 애착이 있듯 나 역시도 이번 앨범에 애착이 있었다. 수록곡이 14곡이다 보니 타이틀곡 하나 홍보하기도 힘든 상황에 뮤직비디오가 있으면 한 번이라도 더 봐줄까 하는 생각이었다. 사실 (금전적인 문제로)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그동안 예능을 통해 받았던 사랑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의미의 이 앨범을 만들기 위해 그는 홀로 고독한 싸움을 해야 했다. 트랙리스트 선정은 물론, 전 트랙의 프로듀싱, 가사, 방향성 선정까지 단 1%로도 타인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작업 시작할 때 노트 첫 페이지에 항상 기획 의도를 써놓는다. 첫 페이지에 써놓으면 매일 볼 수밖에 없으니까. 10년여 음악을 하고 사람들이 ‘레게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막상 솔로 앨범이 없더라. 나도 인지를 못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만약 제가 세상에서 사라지면 솔로 앨범도 하나 못 남기고 죽는 게 아닌가 싶어서 이번에는 노트의 첫 페이지에 ‘내 인생에 마지막 앨범이라면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그러다 보니 가사는 내 마음대로 진솔하게, 심의 생각 안하고 썼다. 그래서 결과가 이렇게 됐다(웃음).”

유일하게 심의를 통과한 이 앨범의 타이틀곡 ‘결혼해요는 과거 YG엔터테인먼트에서 함께 활동한 바 있는 프로듀서 용감한 형제와 합작해 만들었으며, 그룹 더 씨야의 유진이 피처링했다. 유일하게 이 곡만 심의에 통과해서 타이틀로 정했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스컬은 타이틀곡 외 다른 수록곡에도 똑같은 애정을 쏟고 있었다. 레게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레게 바보 스컬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 하나를 던졌다. 왜 레게일까.

사실 이제 다른 건 할 줄 모른다(웃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왜 레게를 하냐는 거다. 레게를 좋아하고, 레게의 길만을 걷던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한다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운명처럼 다가온 레게는 이제 내 삶, 그 자체다. 큰 목표가 있다면 어느 날 우리나라에 레게 역사가 쓰인다면 거기에 내 이름이 제일 크게 새겨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은퇴를 생각하며 미리 곡을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언젠가 감이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 미리 곡을 써놓기도 했다. ‘이제 나는 떠나야 겠어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노래를 직접 불러주는 그의 모습에서 어딘지 모르게 쓸쓸함이 묻어났다.

아직은 한참 멀었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 안 실었다. 은퇴 전에 솔로앨범 한 장 내는 것이 목표였는데(웃음). 막상 앨범을 내니까 욕심이 나더라. 2집, 3집 계속 낼 거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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