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은행 동남아 진출 새전략 `마이크로 파이낸스`
입력 2014-08-03 17:15 
국내 은행들이 동남아시아 진출 전략으로 현지 마이크로파이낸스(저소득층 소액대출)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지 은행을 인수하거나 지점ㆍ법인을 설립하는 기존 전략에 비해 승인 절차나 비용 면에서 이점이 있어 은행 법인이 아직 발달하지 않은 캄보디아 미얀마 등지에서 시장을 선점하는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이 캄보디아 미얀마 등에서 마이크로파이낸스를 인수ㆍ설립하며 현지 진출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캄보디아 서민 금융회사인 말리스에 대한 법적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7월 중순에 현지 금융당국 승인을 받았고 매입 대금인 500만여 달러 지급도 마쳤다. 현재 직원을 파견해 업무 인수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명은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로 바꿀 예정이다. 말리스는 4개 지점을 갖고 있으며 직원은 80여 명이다. 우리은행은 장기적으로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 영업력과 덩치를 키워 은행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아직 은행업이 발달하지 않았다"며 "우선은 마이크로파이낸스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 영업력을 키운 후 현지 사정을 봐 가면서 규모를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미얀마에서 마이크로파이낸스 설립에 대한 승인을 얻은 데 이어 인도네시아에서도 현지 서민 금융업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동남아 전략으로 마이크로파이낸스를 활용하는 추세는 올해 들어 본격화하고 있다. 작은 규모지만 금융당국 승인 절차가 비교적 쉽고 비용도 적게 드는 마이크로파이낸스를 인수ㆍ설립해 현지 시장을 파악하고 영업력을 높인 후 규모를 키워 은행으로 전환하는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또 추후 해당 국가 금융업이 발전할 것에 대비해 미리 시장에 진출하는 선점 효과도 노리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기존에 동남아 사업 진출ㆍ확대 방안으로 △현지 은행 인수 △지점ㆍ법인 설립 등을 많이 활용해왔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110여 개 영업점을 갖고 있는 사우다라은행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현지 법인과 합병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인도네시아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BME) 지분 40%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또 최근 미얀마 지점 설립에는 신한ㆍ국민ㆍIBK기업은행 등이 신청서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현지 은행을 인수하거나 지점을 설립할 때는 까다로운 현지 금융당국 승인조건을 만족시키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은 2012년부터 BME 지분 인수를 추진했지만 인도네시아 금융청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지점 설립을 위해 7500만달러 이상 자본금을 요구하고 있는데 현지 상황을 감안할 때 이는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 대안으로 주목하는 것이 금융당국 승인이 쉬운 마이크로파이낸스다. 우리은행은 말리스 인수에 대해 현지 금융당국 승인을 받는 데 한 달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는 현지 금융당국 요구 조건이 까다롭다"며 "하지만 나중에 금융업이 궤도에 올라간 후 진출하기는 더 어렵기 때문에 마이크로파이낸스로 선제적으로 나서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김규식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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