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2012년 방송된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성조대왕(안내상 분)이 등장했을 때 TV를 시청하던 시청자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아무리 학창시절 국사시간에 졸았다 한들 교과서에서 ‘세종대왕과 ‘선조는 들어봤어도 ‘성조대왕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생소하고 낯선 왕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한 팩션사극 ‘해를 품은 달이 등장하자 많은 이들은 이 같은 시도에 놀라워했고, 또 신선하다고 평했다. ‘해를 품은 달이 등장한 이후 이 같은 팩션사극에 대한 관심을 보였고, 실제 많은 시청자들은 자신들에게 없는 시대적 배경을 알아가는 것에 즐거워했다.
2013년 4월 MBC에서는 또 한편에 팩션사극을 내놓았다. 조선시대 사람이 되고 싶은 반인반수의 이야기를 그린 ‘구가의 서가 그 주인공이다. 처음 ‘구가의 서는 시대적 배경을 드러내지 않았고, 앞서 ‘해를 품은 달을 통해 팩션사극을 경험했던 시청자들은 으레 가상의 조선이라 생각하고 시대배경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설화 속 이야기일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역사적으로 존재하는 영웅 이순신 장군이 등장한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등장은 극의 흐름을 뒤바꿨고, 판타지적인 내용에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 조선중기의 역사적인 배경이 덧붙여지면서 또 다른 재미를 이끌어 냈다.
2014년 8월 MBC는 또 다시 팩션사극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해를 품은 달과 같이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야경꾼일지가 그 주인공이다. ‘야경꾼일지는 참으로 기묘한 작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대는 조선인데 극중 야생소녀 도하(고성희 분)나 악의 축 사담(김성오 분)이 입은 옷을 보면 마치 구전 설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게임 속 주인공들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야경꾼일지에서 야경꾼은 조선시대 도둑, 화재 등을 경계하기 위해 밤에 궁중과 도성 안팎을 순찰하던 군인 순라군에서 모티브를 따와 만들어진 조직이다. 순라군이 단순히 ‘조선의 밤만을 책임졌다면 야경꾼들은 한발 더 나아가 사람 뿐 아니라 악한 귀신들로부터 백성들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야경꾼일지는 이러한 야경꾼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다룬다.
‘야경꾼일지 기산군이 된 조선의 왕 연산군
‘야경꾼일지 속 조선을 통치하는 임금은 바로 기산군(김흥수 분)이다. ‘야경꾼일지 역시 ‘해를 품은 달과 마찬가지고 가상의 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성조는 대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군인 반면 기산군은 왕의 이름을 얻지 못할 정도로 폭군이다.
기산군이 통치하는 가상의 조선인만큼 초기의 조선인지 아니면 말기의 조선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실제 조선의 역사와 대입해 봤을 때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인 조선 초중기 쯤으로 보인다. 이는 극중에서 명나라 거상의 딸 모연월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날 당시 명나라는 조선에 군사적으로 지원을 보내면서 일본의 북진을 저지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임진왜란에 파병에 의한 물적 인적 피해가 너무 컸던 명나라는 17세기 이후 기울던 국세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고 스스로 군사력을 저하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후금(훗날 청)과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명나라 왕조는 문을 닫게 된다.
명나라의 거상의 딸이 조선으로 넘어와 왕실과 고위층만 드나드는 최고급 계원모임인 매란방을 운영할 정도면, 적어도 ‘야경꾼일지 속 명나라의 수명은 꽤 많이 남아있음을 가늠할 수 있다. 이에 비추어 봤을 때 적어도 기산군이 통치하는 조선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의 조선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기산군은 조선시대 최대 폭군 연산군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다른 점은 적통왕자였던 연산군과는 달리 기산군은 적통왕자를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서자라는 점이다.
기산군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이주환 PD는 기산군의 기본적인 설정은 연산군에서 가져왔다. 실제 연산군 시절 저주를 하고 굿을 하고, 정신이상 증세에 시달렸다는 기록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며 표면적인 것은 연산군에서 가져왔다면 그 속은 고려말기 왕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고려 말기 왕들의 특징은 바로 원의 간섭으로 인해 퇴위와 복위를 번갈아가면서 했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제대로 된 정사를 돌볼 수 없었고, 암살의 위험에 늘 노출돼 있었다. 그리고 이 가운데 고려시대 유명한 폭군이 등장한다. 바로 주색에 빠져 방탕한 행동을 일삼았다는 충혜왕이다. 이후 극도로 약해진 왕권을 보였던 고려는 공양왕을 마지막으로 역사의 무대를 조선에게 넘긴다.
마고족에서 엿볼 수 있는 고대신화 속 여신 ‘마고
‘야경꾼일지 속 여자주인공 도하가 속한 마고족은 우리나라 생성신화 속 등장하는 여신 마고에서 유래한 것이다.
마고신화는 단군 한웅 한인 이전의 이야기로 현재 학계에서는 단군신화를 역사적 실체로 보면서 그 이전에 홍수신화나 마고신화 따위가 생성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신라때 박제상이 지은 ‘부도지(符都誌)를 보면, 지상에서 가장 높은 마고성의 여신인 마고에게 두 딸이 있고 이들에게서 황궁, 백소, 청궁, 흑소씨의 남녀 각 1명의, 8명이 태어났고, 이들이 각각 3남 3녀를 낳았는데, 이것이 인간의 시조다. 인구 증가로 마고성의 식량인 지유가 부족해지자 백소씨 일족인 지소씨가 지유 대신 포도를 먹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도 권한다. 마고성 안에서 지유만 마실 때는 무한한 수명을 가졌던 사람들이 풀과 과일을 먹게 된 후 천성을 잃고 수명이 줄어들었다. 이에 대한 책임을 느낀 황궁씨가 마고 앞에 복본(復本, 근본으로 돌아감)을 서약하고 사람들을 4파로 나눠 성을 떠난다.
그중 황궁씨는 일행을 이끌고 동북아시아 지역의 천산주(天山州)로 가서 한민족의 직계 조상이 된다. 황궁씨의 자손은 유인, 유호, 한인, 한웅, 단군으로 이어진다.
마고는 마고 할머니 설화 형태로도 전해져 오고 있다. 마고할머니는 민간에서 구전되어 온 거인으로, 중국신화에서 천지를 창조했다는 반고에 해당한다. 설화 속 마고할머니는 한라산을 베고 누워 한 다리는 서해에, 또 한 다리는 동해에 두고 손으로 땅을 훑어 산과 강을 만들었다.
어찌됐든 신화 속 마고가 여성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에 포인트를 잡아 ‘야경꾼일지 속 마고족은 여자밖에 없는 마을로 묘사되고 있다. 반면 이무기를 숭상하고 마고족에게 적대 감정을 드러내는 용신족은 남자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하나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까지 이를 만들기 위한 이들의 땀과 수고 노력들이 들어갑니다. 완성된 작품에서는 미처 볼 수 없었던 이들의 노력과 고충, 혹은 촬영장에 있었던 다양한 에피소드 등 TV를 통해 들려주지 못했던 TV 속 다양한 뒷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2012년 방송된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성조대왕(안내상 분)이 등장했을 때 TV를 시청하던 시청자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아무리 학창시절 국사시간에 졸았다 한들 교과서에서 ‘세종대왕과 ‘선조는 들어봤어도 ‘성조대왕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생소하고 낯선 왕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한 팩션사극 ‘해를 품은 달이 등장하자 많은 이들은 이 같은 시도에 놀라워했고, 또 신선하다고 평했다. ‘해를 품은 달이 등장한 이후 이 같은 팩션사극에 대한 관심을 보였고, 실제 많은 시청자들은 자신들에게 없는 시대적 배경을 알아가는 것에 즐거워했다.
2013년 4월 MBC에서는 또 한편에 팩션사극을 내놓았다. 조선시대 사람이 되고 싶은 반인반수의 이야기를 그린 ‘구가의 서가 그 주인공이다. 처음 ‘구가의 서는 시대적 배경을 드러내지 않았고, 앞서 ‘해를 품은 달을 통해 팩션사극을 경험했던 시청자들은 으레 가상의 조선이라 생각하고 시대배경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설화 속 이야기일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역사적으로 존재하는 영웅 이순신 장군이 등장한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등장은 극의 흐름을 뒤바꿨고, 판타지적인 내용에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 조선중기의 역사적인 배경이 덧붙여지면서 또 다른 재미를 이끌어 냈다.
2014년 8월 MBC는 또 다시 팩션사극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해를 품은 달과 같이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야경꾼일지가 그 주인공이다. ‘야경꾼일지는 참으로 기묘한 작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대는 조선인데 극중 야생소녀 도하(고성희 분)나 악의 축 사담(김성오 분)이 입은 옷을 보면 마치 구전 설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게임 속 주인공들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야경꾼일지에서 야경꾼은 조선시대 도둑, 화재 등을 경계하기 위해 밤에 궁중과 도성 안팎을 순찰하던 군인 순라군에서 모티브를 따와 만들어진 조직이다. 순라군이 단순히 ‘조선의 밤만을 책임졌다면 야경꾼들은 한발 더 나아가 사람 뿐 아니라 악한 귀신들로부터 백성들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야경꾼일지는 이러한 야경꾼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다룬다.
‘야경꾼일지 기산군이 된 조선의 왕 연산군
‘야경꾼일지 속 조선을 통치하는 임금은 바로 기산군(김흥수 분)이다. ‘야경꾼일지 역시 ‘해를 품은 달과 마찬가지고 가상의 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성조는 대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군인 반면 기산군은 왕의 이름을 얻지 못할 정도로 폭군이다.
기산군이 통치하는 가상의 조선인만큼 초기의 조선인지 아니면 말기의 조선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실제 조선의 역사와 대입해 봤을 때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인 조선 초중기 쯤으로 보인다. 이는 극중에서 명나라 거상의 딸 모연월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날 당시 명나라는 조선에 군사적으로 지원을 보내면서 일본의 북진을 저지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임진왜란에 파병에 의한 물적 인적 피해가 너무 컸던 명나라는 17세기 이후 기울던 국세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고 스스로 군사력을 저하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후금(훗날 청)과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명나라 왕조는 문을 닫게 된다.
명나라의 거상의 딸이 조선으로 넘어와 왕실과 고위층만 드나드는 최고급 계원모임인 매란방을 운영할 정도면, 적어도 ‘야경꾼일지 속 명나라의 수명은 꽤 많이 남아있음을 가늠할 수 있다. 이에 비추어 봤을 때 적어도 기산군이 통치하는 조선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의 조선임을 알 수 있다.
사진=위에서부터 ‘야경꾼일지 기산군 , 영화=‘왕의남자 연산군
여기서 기산군은 왕이 된 서자로, 적통왕자 이린(정일우 분)의 이복형제로 언제든 폐위될 수 있다는 출신에 대한 불안함과 동생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내면에 분노와 광기가 도사리는 존재로 훗날 용신족의 족장 사담과 손을 잡고 점차 폭군으로 성장하게 된다.이와 같은 기산군은 조선시대 최대 폭군 연산군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다른 점은 적통왕자였던 연산군과는 달리 기산군은 적통왕자를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서자라는 점이다.
기산군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이주환 PD는 기산군의 기본적인 설정은 연산군에서 가져왔다. 실제 연산군 시절 저주를 하고 굿을 하고, 정신이상 증세에 시달렸다는 기록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며 표면적인 것은 연산군에서 가져왔다면 그 속은 고려말기 왕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고려 말기 왕들의 특징은 바로 원의 간섭으로 인해 퇴위와 복위를 번갈아가면서 했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제대로 된 정사를 돌볼 수 없었고, 암살의 위험에 늘 노출돼 있었다. 그리고 이 가운데 고려시대 유명한 폭군이 등장한다. 바로 주색에 빠져 방탕한 행동을 일삼았다는 충혜왕이다. 이후 극도로 약해진 왕권을 보였던 고려는 공양왕을 마지막으로 역사의 무대를 조선에게 넘긴다.
마고족에서 엿볼 수 있는 고대신화 속 여신 ‘마고
마고신화는 단군 한웅 한인 이전의 이야기로 현재 학계에서는 단군신화를 역사적 실체로 보면서 그 이전에 홍수신화나 마고신화 따위가 생성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신라때 박제상이 지은 ‘부도지(符都誌)를 보면, 지상에서 가장 높은 마고성의 여신인 마고에게 두 딸이 있고 이들에게서 황궁, 백소, 청궁, 흑소씨의 남녀 각 1명의, 8명이 태어났고, 이들이 각각 3남 3녀를 낳았는데, 이것이 인간의 시조다. 인구 증가로 마고성의 식량인 지유가 부족해지자 백소씨 일족인 지소씨가 지유 대신 포도를 먹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도 권한다. 마고성 안에서 지유만 마실 때는 무한한 수명을 가졌던 사람들이 풀과 과일을 먹게 된 후 천성을 잃고 수명이 줄어들었다. 이에 대한 책임을 느낀 황궁씨가 마고 앞에 복본(復本, 근본으로 돌아감)을 서약하고 사람들을 4파로 나눠 성을 떠난다.
그중 황궁씨는 일행을 이끌고 동북아시아 지역의 천산주(天山州)로 가서 한민족의 직계 조상이 된다. 황궁씨의 자손은 유인, 유호, 한인, 한웅, 단군으로 이어진다.
마고는 마고 할머니 설화 형태로도 전해져 오고 있다. 마고할머니는 민간에서 구전되어 온 거인으로, 중국신화에서 천지를 창조했다는 반고에 해당한다. 설화 속 마고할머니는 한라산을 베고 누워 한 다리는 서해에, 또 한 다리는 동해에 두고 손으로 땅을 훑어 산과 강을 만들었다.
어찌됐든 신화 속 마고가 여성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에 포인트를 잡아 ‘야경꾼일지 속 마고족은 여자밖에 없는 마을로 묘사되고 있다. 반면 이무기를 숭상하고 마고족에게 적대 감정을 드러내는 용신족은 남자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