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유럽계 자금 빠지는 사이 亞국부펀드 밀물
입력 2014-07-21 17:27  | 수정 2014-07-21 19:28
■ 아시아·중동자금이 몰려온다
주요 국부펀드가 한국 등 신흥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분산 투자'가 확고한 투자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소셜미디어와 바이오테크산업 분야의 소형주 밸류에이션이 상당히 부풀려져 있다"고 지적하는 등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 주식시장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글로벌 분산 투자 욕구가 강해진 점이 전통적으로 한국에 관심이 없던 국적의 자금까지 코스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분석이다.
4400조원 자산운용 규모를 자랑하는 블랙록자산운용의 마크 데시밋 아시아ㆍ태평양 알파전략운용팀 대표가 최근 "모든 자산에 걸쳐 변동성이 극도로 낮은 상황일 때는 포트폴리오 분산이 답이며 전 세계 기관투자가도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주식과 채권으로 투자처 다변화에 나서는 추세"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국부펀드의 40%가 아시아, 35%가 중동, 17%가 유럽, 3%가 미국에 기지를 두고 있다. 이 중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국부펀드로는 노르웨이 연기금(GPFG)과 싱가포르 투자청(GIC),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투자청, 중국 CIC 등을 들 수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GPFG가 투자하는 한국 기업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85개로 집계됐으며 최근에는 300개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이 국부펀드는 주식 자산의 10% 내외를 신흥국 자산에 투자하고 있고 '코리아 펀드'를 직접 설정해 국내 트러스톤자산운용 등에 운용을 맡기고 있다. GPFG가 현지 상황에 정통한 국내 운용사를 통해 적극적인 투자를 행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 외에도 중소형주에까지 고루 비중을 확대해 주식시장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투자청은 신흥국 중에서 경제개혁 기대감이 있는 중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인식 변화는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 확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130억원에 불과했던 아랍에미리트의 국내 주식 순매수 규모는 4월 667억원, 5월 1조1720억원으로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특히 중동 국가들은 달러에 고정된 환율제도를 사용해 달러 약세 국면에서 함께 통화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원화 강세가 한국의 투자 매력을 확실히 높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흥국 경제성장률 모멘텀이 계속해서 개선되면서 선진국과 격차를 좁혀 나가고 글로벌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지속되는 점도 낙관적 전망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다.
아시아의 경우 중국과 일본 부상이 눈에 띈다. 일본 연기금(GPIF)이 보수적인 채권 중심 운용전략을 버리고 주식 자산 비중을 32%에서 40~50% 수준으로 늘리면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으로 일본 유동성이 유입되고 있다. 빠르게 늘어나는 중국 외환보유액을 운용하기 위해 2007년 설립된 중국 CIC도 지난해 2조2000억원 상당 한국 주식을 사들인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1조7000억원 순매수했다.
중국 정부의 적격국내기관투자가(QDII) 선정도 중국 자본의 한국 주식 투자 확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증시를 주도하는 것은 미국과 영국계 자금인 만큼 이들의 복귀 여부가 코스피 박스권 돌파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시가총액의 60%를 차지하는 미국계와 영국계 입김이 약해진 틈을 타 중동이나 아시아 자금이 들어왔다"며 "상반기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비중을 높여오던 영미 자금이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코스피의 추세적 상승이 가능한데 3분기부터는 현실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영미계 자금 이탈을 부추겼던 한국 기업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이 지난주를 기점으로 마무리된 데다 원화 강세가 주춤한 것도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과 유럽 자금이 돌아오면서 기존 자금과 함께 서머랠리를 이끌 것"이라며 "중국 경기에 따라 코스피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외국인 자본이 최근 중국 경제지표 반등에 따라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현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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