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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은 떠나고, 눈은 충혈되고...‘5시간 14분’ 승부가 만든 풍경
입력 2014-07-19 17:40  | 수정 2014-07-20 03:25
16회 승부 끝에 경기를 마무리한 엔젤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美 애너하임)= 조미예 특파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애너하임) 김재호 특파원] 엔젤스타디움에서 보기 드문 승부가 펼쳐졌다. 시즌 최장 기록인 16이닝 5시간 14분 경기가 열렸다. 마치 더블헤더를 보는 듯했다.
엔젤스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엔젤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시리즈 첫 번째 경기에서 3-2로 이겼다.
이날 경기는 현지시각으로 오후 7시 8분에 시작, 5시간 14분 동안 연장 16회 승부가 펼쳐졌다. 16회말 2사 1, 2루에서 대타 에프렌 나바로가 결승타를 치지 않았다면 승부는 더 길어졌을지도 모른다.
이날 경기는 2014시즌 메이저리그 최장 시간, 최다 이닝 경기로 기록됐다. 엔젤스와 매리너스, 두 구단 사이의 승부에서 14이닝이 넘은 것은 다섯 번째고, 1982년 4월 14일 20이닝 승부 이후 두 번째로 긴 승부였다.
승부가 길었던 만큼, 내용은 늘어졌다. 9회까지 팽팽한 접전을 벌였던 양 팀 타자들은 힘이 빠진 듯, 연장에서는 무기력한 타격으로 일관했다. 간혹 안타가 나오더라도 후속 타자들이 이를 받쳐주지 못했다.
지친 관중들은 하나둘씩 집으로 떠났고, 4만 2517명의 관중이 찾았던 엔젤스타디움은 어느새 빈자리가 더 많아졌다. 홈팀 엔젤스는 지루한 승부에 몸이 굳어버린 팬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7회초가 끝난 뒤 하던 ‘7회 몸풀기(7th inning stretch)를 14회초 뒤 ‘14회 몸풀기로 바꿔서 한 번 더 했다.
기자석에 자리한 기자들의 표정도 서서히 변해갔다. 한 기자는 마치 브리티시오픈을 보는 기분”이라며 지루한 연장 승부에 난색을 보였다. 타구가 힘없이 내야에 뜨거나 땅볼로 굴러갈 때마다 탄식이 터져 나왔다.
투수 운영도 고민이었다. 양 팀 선발인 제레드 위버, 이와쿠마 히사시가 각각 6이닝, 7이닝을 막고 내려갔고 남은 이닝은 고스란히 불펜의 몫이었다. 시애틀은 대니 파쿠아가 2이닝, 톰 윌헬름슨이 4이닝을 막아주면서 불펜 소모를 최소화했다.
결승타를 때린 에프렌 나바로가 음료수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美 애너하임)= 조미예 특파원
시애틀보다 1회 먼저 불펜을 투입한 엔젤스는 코리 라스무스가 2 1/3이닝을 버틴데 이어 연장 14회 선발 자원인 헥터 산티아고를 투입했다. 그나마 올스타 휴식기 이후 첫 경기라 선발 투수 투입에 여유가 있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산티아고를 후반기 4~5선발로 고려했던 마이크 소시아 감독은 선발 운영 계획을 수정하게 됐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이긴 팀 진 팀 구분 없이 모두 눈이 충혈 돼 있었다. 그러나 표정은 엇갈렸다. 지난해 오클랜드를 상대로 연장 19회 승부를 벌인 끝에 패한 트라우마가 있던 엔젤스는 그 충격에서 벗어난 모습이었다. 홀로 16이닝동안 투수들의 공을 받은 최현(행크 콩거)은 중요한 건 결과다. 몸은 피곤해도 정신적으로는 전혀 피곤하지 않다”며 밝게 웃었다.
패배한 시애틀은 빨리 충격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이었다. 로이드 맥클렌던 감독은 불펜이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16회까지 승부를 끌고 간 불펜진을 칭찬했다. 그는 기회가 많았지만 살리지 못했다. 이런 패배는 좋지 않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고, ‘오늘 다시 경기에 임할 것이다”라며 패배를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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