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알짜기업 `강남 엑소더스`…IBM·화웨이 등 30곳 짐싸
입력 2014-07-18 15:36  | 수정 2014-07-18 19:16
중국 대표 정보통신기술 장비ㆍ솔루션 업체인 화웨이의 한국법인 한국화웨이는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중구 서소문동 올리브타워로 사무실 이전을 마쳤다. 2000년대 초반 한국 진출 이후 줄곧 강남에 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강북에 둥지를 틀면서 1개층(2628㎡)을 통째로 임차해 사무실 면적을 3배 이상 넓혔다. 빌딩 주인에게서 1년 이상 '렌트프리'도 받았다. 반면 이들이 사용했던 강남 사무실은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상태다.
기업들의 '탈(脫)강남'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어 강남 오피스 시장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18일 미국계 부동산 종합컨설팅 회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에 따르면 올 2분기 서울 강남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8.9%로 조사됐다. 지난 1분기 8.0%에서 한 분기 만에 0.9%포인트 급등했다. 대형 신축 오피스 공급이 봇물인 강북 도심(8.8%)보다 공실률이 높다.
작년 말부터 넥슨, 엔씨소프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ITㆍ게임 업체들이 줄줄이 판교와 강북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까르띠에 등 명품 보석ㆍ시계 브랜드를 보유한 리치몬트코리아, 한국IBM 등도 강남을 떠났다. 제도권 금융 진출을 노리는 러시앤캐시 역시 최근 주요 은행들이 모여 있는 강북으로 이사했으며 올 하반기에도 강남에 있는 '알짜' 기업 서너 곳이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들어 30여 개사가 강남을 떠났거나 떠날 예정이며 공기업 이전까지 포함하면 2000년대 들어 역대 최대 규모의 강남 '엑소더스'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윤원섭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상무는 "도심과 여의도 등에 오피스빌딩이 대거 신축된 데다 강남과 비슷한 임차료로 사무 공간을 업그레이드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부서를 통합할 수 있어 사무실을 확장 이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 경복궁과 덕수궁 등 한국 전통 문화시설이 풍부한 도심을 선호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강남 오피스빌딩 주인들은 '초비상' 상태에 빠졌다. 도심과 여의도처럼 1년에 1~3개월 렌트프리를 주고 인테리어 공사 비용을 지원해주는 등 임차인이 제시하는 계약 조건에 최대한 맞추는 게 일상이 됐다. 오피스빌딩 중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강남 건물주들도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피 튀기게 경쟁한다"고 말했다.
강남 오피스 시장의 공실은 당분간 늘어날 것 같다. 민간 기업의 추가 이전도 문제지만 한국전력 등 공기업이 떠나는 빈자리가 커서다. 올해 들어 현대자동차와 현대오토에버가 삼성역 인근 오토웨이타워로, 이디야도 역삼동 GS타워로 각각 이사하고 페이스북코리아도 역삼동 캐피털타워에 둥지를 트는 등 강남에 입성하는 기업들이 더러 있지만 강남의 빈 사무실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임덕순 콜드웰뱅커 케이리얼티 대표는 "연내 매각을 추진 중인 삼성동 한전 일대에 개발 붐이 일어나면 현재 임차인 우위의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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