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살고 싶어요"세월호 김동협군의 마지막 외침
입력 2014-07-18 11:30  | 수정 2014-07-19 17:38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석 달이 지났습니다.

우리 사회 다른 한 면에서는 벌써 세월호 참사가 서서히 잊히고 있습니다.

세월호 가족 대책위는 세월호 사고 당시 단원고 2학년 6반 김동협 군이 오전 9시10분 경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잠깐 보겠습니다.

"나 무섭다 진짜 나. 이거 어떡하냐. 나 무서워. 아 나 살고 싶어 진짜. 나 구명쪼끼 입었어요."

"보이시죠? 지금 일자예요. 일자로 찍고 있는건대 이 정도로 기울었어요. 60도로 기울어진 거죠. 지금 구조대가 오고 있대요. 내가 왜 수학여행을 와서. 나는 꿈이 있는데. 나는 살고 싶은데. 진짜 이거 욕도 나오고 나 울 거 같은데. 나 무섭다고"

"구조대가 오면 얼마나 위험한 상황입니까? 지금 구조대 와도 300명을 어떻게 구합니까?"

"내가 왜 제주도를 오하마나호를 안타서 세월호를 타서 이런 진짜 욕도 나오는데 어른들한테 보여줄 거라 욕도 못하고 진짜 무섭고"

"내가 마지막으로..아 나는 진짜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아 진짜 나 무서워요 지금 아 진짜 울 거 같아요 나 어떡해요?"

"할머니, 아빠 사랑하고 누나, 많이 싸웠는데 참 고맙고, 형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는데 못 보고 가네요"

영상을 보면 배가 85도까지 기운 상황에서도김동협군과 친구들은 설마 죽으리라 생각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구조된 이후 세월호를 고발하기 위해, 어른들에게 얼마나 자신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었는지 보여주기 위해 촬영한 듯 보입니다.

이게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은 상상조차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게 마지막이었습니다.

'무섭다' '살고 싶다' '보고 싶다' 이것이 김동협 군이 남긴 마지막 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누군가 그 상황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그래서 휴대전화로 영상을 촬영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빨리 탈출해야 할 때라고 말해줬으면 어땠을까요?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순간입니다.

오늘 아침 세월호 실종자 1명의 시신이 추가로 수습됐습니다.

훼손상태가 너무 심해 신원확인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발생 94일째인 오늘까지 사망자는 294명, 실종자는 10명입니다.

이렇게 세월호 참사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세월호는 이미 화석화된 것일까요?

여야 정치권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문제와 위원회 구성 방안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어제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중단했습니다.

6월 임시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던 약속을 스스로 저버렸습니다.

여야의 얘기를 들어보죠.

▶ 인터뷰 : 이완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어제)
- "조사위원회라고 하는 민간 기구에 수사권을 주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국민은 어떻게 생각하겠나. 국민적 동의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더 나아가서 유가족들이 피해자 아니겠나. 의사결정 주체로서 참여하는 문제가 어떻겠나 고민하고 있다."

▶ 인터뷰 : 김한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세월호 참사의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이 이제는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데 집권세력이 이것을 거부하고 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이에 답할 때이다. 진실 감추려는 데 대해 대통령 분명한 입장 표명해 달라."

여야는 7월 임시국회를 열어 다시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니 논의가 많을수록, 깊을수록 나쁜건 아닙니다.

하지만, 속히 진상조사를 하고, 세월호의 아픈 기억을 보듬고 싶은 유족들이나 국민이 보기에는 참으로 답답합니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가 지연되는 것이 여야 모두 정략적인 목적때문이 아니길 바랍니다.

곱지 않은 시선은 또 있습니다.

제헌절인 어제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열린국회 비전 선포식'이 있었습니다.

명창과 국악 공연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옆에서는 세월호 유족들이 특별법 처리를 요구하며 농성중이었습니다.

유족들은 "세월호 특별법이 처리 안 됐는데 뭐 하는 짓이냐" "집어치우라"며 거칠게 항의했습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법적으로 허용이 안 되지만 제가 여러분들이 국회에 들어올 수 있게 배려했는데 이러면 곤란하다'고 유감을 표시하자 유족 측에서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정 의장은 굳은 얼굴로 '국회의장한테 이러는 게 아니야'라고 말했고, 유족 한 명이 정 의장에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마이크를 빼앗았습니다.

놀란 의장실 관계자들이 유족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잘잘못을 굳이 논하지는 않겠지만,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은 바뀔 것이라는 말이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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