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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레이더] 삼성전자·현대차 배당에 거는 기대
입력 2014-07-17 17:11 
기업 체질이 바뀌고 있다. 지난 고성장기에 기업이 돈이 너무 없었다면, 저성장기에 들어선 지금은 기업이 돈이 너무 많아 문제다. 과거에는 국내 대표 기업이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했지만 지금은 고도비만이라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살을 빼지 않는다면 의사가 강제로라도 운동(투자 촉진)을 시키거나 지방 흡입(주주환원 정책)을 권해야 한다.
1990년대는 금리가 자기자본이익률(ROE)보다 높았던 시기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한 고금리 구조조정은 국내 기업의 가파른 재무 레버리지 축소를 가져왔고, 이머징 성장 사이클과 맞물려 2000년대 국내 기업 호황기를 열었다. 금리는 낮아졌고, ROE는 급속히 개선됐으며 코스피는 이에 화답했다.
지금은 다르다. 2000년대와 같은 이머징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기업이 돈을 쥐고 있다. 순부채비율은 1990년대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자본유보율은 5배가 넘는다. 한국 기업들이 금고에 넣어둔 돈을 꺼내 배당을 하고, 투자를 통해 매출을 개선시켜야 저성장에도 코스피 상단을 열 수 있다.
코스피가 3년째 제자리인 이유는 명백하다. 한국 기업 지배구조는 여전히 후진적이고, 이로 인한 주주 가치 훼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다. 한국 배당 성향은 13.8%, 배당 수익률은 1.1%에 불과하다. 기업 가치가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율로 나눈 값이라고 보면 글로벌 증시 대비 코스피 저평가는 당연한 것이다. 기업이 가진 돈을 성장의 재원으로 활용하거나 주주에게 돌려줄 시기가 왔다. 지난 3년간 기업은 배당하지 않고 남겨둔 자본으로 이익 성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더 이상 주주에게 변명할 근거도 없다.

박근혜정부의 2기 경제팀에서 추진하는 과도한 유보금에 대한 법인세 부활은 환영할 만하다. 새로운 경제팀의 시선이 기업 배당으로 쏠리고 있다. 이중 과세 등 자유주의 시장에 역행한다는 반발도 있고, 사내유보금 과세 등의 징벌적 조치가 실제로 나타날지도 확실치 않다. 하지만 국내 주가 상승을 막는 것이 높은 사내유보금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만큼은 긍정적이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의 순이익은 코스피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이익 정체는 고스란히 한국 기업 전체의 성장 정체로 이어졌다. IT 섹터 내에서 삼성전자 비중은 순이익 기준 74%, 자본 기준 68%다. 현대차도 각각 44%와 46%다. 기업 금고에서 돈이 나와야 한다면 변화의 시작점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다. 두 기업이 코스피 상승의 견인차가 되어줄 때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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