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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널사’ 가볍고 뻔한 로맨틱코미디, 안방극장을 공략하다
입력 2014-07-17 13:36 
[MBN스타 금빛나 기자] 계모의 구박 속에서도 착한 마음을 잃지 않은 아가씨가 모든 것을 다 가진 완벽한 왕자와 사랑에 빠져 신분상승의 꿈을 이룬다는 고전동화 ‘신데렐라는 21세기 드라마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각각이 직면하는 상황은 다르지만, 극중 여주인공이 잘 나가는 남자주인공을 만나 행복해진다는 줄거리는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안방극장의 단골 소재로 사용되며 시청자들과 만나온 것이다.

재벌 3세의 완벽남과 지극히 평범한 여자와의 러브스토리를 다루는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 역시 이와 같은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착실하게 따른 작품이다.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는 ‘평범녀 김미영(장나라 분)과 뿌리 깊은 전주 이씨 집안의 9대 독자 이건(장혁 분), 여기에 평범한 미영만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잘 생긴 키다리 아저씨 다니엘(최진혁 분)과, 남녀주인공의 사랑을 흔들 라이벌 강세라(왕지원 분)의 존재까지. ‘운명처럼 널 사랑해 속 인물설정 역시 과거 드라마들을 통해 숱하게 쏟아져 나온 터라 그 곳에서 특별함을 찾기는 어렵다.

게다가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대만드라마 ‘명정주아애니(命中注定我愛你)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다. 원작이 있는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앞으로 전개될 방향에 대해 미리 확인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잘 나갔던 원작과 비교를 당할 수 있다는 부담감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신데렐라 판타지를 자극한 소재와 흔하디흔한 인물설정, 스포일러의 위험성 등 여러 가지 위험부담을 안고 있지만, 정작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 이후 12년 다시 만난 장혁과 장나라 커플에 열광하고, 이들을 보며 깔깔 대고 웃는다. 그동안 식상하다며 외면했던 뻔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 호평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호평 덕에 6.6%(닐슨리서치, 이하 전국기준)로 시작했던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4회 만에 9.0%을 돌파, 어느덧 두 자릿수 시청률까지 넘보고 있다.

이와 같은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성적은 동시기 방송중인 KBS2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과 대조적이다. 둘 다 평범한 여주인공, 잘 나가는 남주인공이라는 조합을 자랑하는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평은 극명하게 나뉜다. 호평이 대부분인 ‘운명처럼 널 사랑해와 달리 ‘트로트의 연인은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타나면서 호평과 혹평을 넘나들기 때문이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자랑하는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장혁과 장나라의 연기호흡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처럼 ‘명랑소녀 성공기 당시 빛났던 이들의 호흡은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도 빛났다.

사진=운명처럼 널 사랑해 캡처
극중 외모면 외모, 몸매면 몸매, 회사의 이익을 창출할 줄 아는 실력에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이건이지만, 흔히들 생각하는 드라마 속 ‘백마 탄 왕자님과 거리가 멀다. ‘명랑소녀 성공기 이후 로맨틱 코미디가 처음이라던 장혁은 망가지겠다고 작정한 듯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근엄함과 진지함을 버리고 코믹연기에 심혈을 가하고 있다. 듣기만 해도 음흉해 보이는 장혁의 웃음소리와 남들보다 2% 더 오버스러운 웃음소리는 자칫 지루해 보일 법 한 이건이라는 캐릭터에 이색적인 재미를 더하며 극의 활력소를 선사하고 있다. 매회 재미있지만 그중에서도 백미는 하룻밤 스캔들 이후 김미영과 결혼 이후 후회하는 장면이었다. 불면증 증세로 정신과 전문의에 상담을 하는 이건을 연기하게 된 장혁은 코 끝 까지 내려오는 짙은 다크서클에 울다가 웃다가 마침내 실성하는 모습을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하면서 ‘장혁의 원맨쇼라고 불릴 만큼의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날뛰는 장혁과는 달리 장나라는 얌전하다. 장혁이 망가지면 망가질수록 장나라는 함께 뛰어놀기 보다는 오히려 제 자리를 찾아 그 누구보다 평범하고 조용히 연기한다. 여기서 장혁과 장나라의 연기호흡을 엿볼 수 있다. 장나라는 2% 과한 장혁에 맞춰 2% 허전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과거 시트콤 ‘뉴논스톱에서 인기를 얻었던 장나라는 코믹연기에 대한 기본센스를 지닌 여배우다. 즉 얼마든지 망가질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장혁 못지않은 코믹연기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나라는 장혁과 함께 망가지며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보다 극의 중심을 지키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장혁의 코믹함을 돋보이게 만들었고, 더 나아가서 지나친 가벼움으로 붕 뜰 수 있는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아주며 ‘이 드라마의 장르는 코미디가 아닌 로맨틱 코미디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운명처럼 널 사랑해 캡처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또 다른 인기 비결은 바로 대놓고 보여주는 유치함이다. 드라마의 명장면 중 하나는 바로 장혁과 장나라의 베드신이었다. 야한 19금 장면 대신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 깊은 아쉬움(?)을 남겼던 이들의 베드신은 심의를 준수한다는 듯 장혁과 장나라가 떡을 찧는 ‘떡방아 장면으로 대체하며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했다. 마치 어린 시절 즐겨보았던 ‘뽀뽀뽀를 보는 것처럼 알록달록 아기자기했던 떡방아 신은 ‘앞으로도 대놓고 유치하겠다는 극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이후에도 김미영을 달팽이에 비유하며 그녀와의 결혼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이건의 대사에 맞춰, 실제 김미영의 어깨에 귀여운 달팽이 CG를 올려놓은 연출은 뻔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로맨틱 코미디의 매력을 가중케 했다.

여러 가지 무거운 사회의 분위기 속 가벼운 웃음으로 무장한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초반 ‘식상하지 않나라는 우려를 깨고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지난 1년간 지지부진했던 MBC 수목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방송 4회 만에 두 자릿수를 넘보고 있다. 아직 16회나 남았다. 남은 시간동안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얼마나 방방 뛰면서 치열한 수목드라마 시청률 판도에 영향을 미칠지 기대가 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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