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곳간개방 `압박`…배당수혜株 쏟아질까
입력 2014-07-14 17:41  | 수정 2014-07-14 19:24
'상장사의 현금 곳간이 주주에게 열릴까.'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최경환발(發) 증시 부양'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기업의 사내 유보금이 배당, 투자, 임금분배 등을 통해 가계소득으로 흐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한 이후 이 같은 정책이 추진될 때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최근 들어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나온 호재여서 어떤 종목이 수혜를 받을지 주목되고 있다.
14일 매일경제신문이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상장사 1734개의 작년 결산 기준 유보율 평균은 1316%였다. 이 가운데 유보율이 평균치를 넘는 종목은 전체 27%인 470개사였다.
유보율이 5000%를 넘는 종목은 58개사, 1만%를 넘는 종목도 17개사에 달했다. 유보율이 1만%를 넘는 상장사 중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배당수익률이 1%에 못 미치는 종목은 태광산업, 롯데제과, 롯데칠성, 영풍, 삼성생명, 네이버, 현대글로비스, 엔씨소프트, 롯데푸드, 롯데쇼핑 등이 있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사내 유보율이 높은 기업 가운데 향후 배당정책 확대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개선될 여지가 높고, 외국인 보유 비중이 낮은 종목, 동종업계 대비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 수준이 저평가돼 있는 종목에 대한 관심이 유효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낮은 ROE가 근본적으로 낮은 배당성향으로 인해 분모인 자본이 과대계상된 측면이 있고, 향후 ROE가 높아질 경우 '숫자'에 근거해 투자하는 외국인의 투자도 늘어날 것이란 논리다. 삼성증권은 △과도한 사내 유보와 관련한 규제가 대기업을 대상으로 할 것이란 전제하에 △내부 유보율과 현금성 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 가운데 △상대적으로 과거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을 골라내 '사내 유보금 관련 정책 변경 시 배당 증가 예상 기업' 26개를 선정했다. 롯데칠성, 롯데제과, 삼성전자, 현대글로비스, 롯데쇼핑, SK, 현대중공업, CJ제일제당, 현대모비스, 제일기획, 현대차 등이 속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1990년 도입했던 '적정유보 초과과세' 제도를 2001년 실효성이 없다며 폐지했던 사례를 들며 정부가 법ㆍ제도적인 규제보다는 연기금 등을 통한 '간접적인 압박'을 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국민연금 지분율이 높은 하나투어(지분율 13.5%), CJ CGV(12.51%), 한섬(11.79%) 등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 국내 배당 환경 개선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또 정부와 공기업이 최대주주인 한국전력과 기업은행도 배당 확대에 앞장설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증시 전문가들은 단순히 사내 유보율이 높다고 투자 대상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유승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보율 계산 때 분자에 해당하는) 이익잉여금을 설비투자나 지분투자에 투입했을 경우도 때로는 회계상 유보율이 상승하는 것으로 기록된다"며 "단순히 유보율만 가지고 배당 여력이 높은 기업을 찾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유보율(reserve ratio) : 영업활동에서 생긴 이익인 이익잉여금과 자본거래 등 영업활동이 아닌 특수 거래에서 생긴 이익인 자본잉여금을 합한 금액을 납입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기업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량을 측정하는 지표로 사내 유보의 정도를 나타낸다.
[조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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