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융권 `복합점포` 설립 경쟁 불붙었다
입력 2014-07-11 15:47  | 수정 2014-07-11 17:39
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소재 신한PWM서울파이낸스센터에서 정화삼 신한은행 PB팀장(왼쪽)과 배용준 신한금융투자 PB팀장이 자산 포트폴리오에 관해 상의하고 있다. 이곳 출입문은 은행ㆍ증권 점포 분리 원칙에 따라 신한금융투자(왼쪽)와 신한은행(오른쪽)이 나뉘어 있다. [이승환 기자]
# 신한PWM 서울파이낸스센터는 입구는 하나인데 출입문이 두 개다. 은행과 금융투자를 결합한 복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지향하지만 계열사 간에 사무 공간을 같이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출입문과 창구를 분리해놨다. 이 때문에 은행 상담을 받던 고객이 증권 관련 상담을 받으려면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 센터는 별도 창구와 칸막이, 심지어 같은 입구 보안을 통제하는 폐쇄회로(CC)TV까지 따로 만드느라 비용을 두 배로 부담 한다.
올해 하반기부터 이처럼 금융권 복합 점포가 사무 공간을 별도로 구분해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0일 복합 점포 사무 공간을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 계열사들이 고객을 상대로 공동 마케팅을 펼치기가 쉬워진다. 고객들은 한 곳에서 은행 증권 등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기가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사들이 복합 점포를 새로 설치하거나 기존 점포 안에 공동 상담실을 확대하는 등 점포 전략을 새로 짜기 시작했다. 신한금융그룹 신한PWM센터는 은행과 금융투자를 결합한 자산관리 서비스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전체 25개에 불과한 신한PWM센터 자산 성장률은 지난해 12%로 전체 은행 평균(4%)이나 증권 평균(4%) 자산성장률에 비해 3배나 높았다. 지난해 은행과 증권업계 실적이 크게 나빠진 반면 신한PWM센터 영업이익 증가율은 18%에 달했다.
하나금융은 은행ㆍ증권ㆍ보험ㆍ카드 등 계열사 지점을 한데 모은 복합 금융센터를 설립할 자리를 물색하고 있다.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엘루이 호텔도 후보지 중 하나다.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 농협금융지주도 우투증권 WM부문과 은행을 결합해 복합 점포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그룹 내 계열사인 우리카드 외에 외부 보험사ㆍ증권사 등과 제휴해 복합 점포를 꾸리는 방안을 검토한다.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들어 민영화 과정에서 증권ㆍ보험 계열사를 모두 매각했다. 따라서 우리은행이 복합 점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험ㆍ증권 등에서 외부 파트너를 찾을 필요가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규제 완화 대책을 면밀히 살펴서 복합 점포를 꾸릴지 검토하고 있다"며 "경쟁력이 높고 우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외부 보험사ㆍ증권사를 파트너로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도 계열사 등과 복합 점포를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 삼성 금융 계열사들은 과거 '금융플라자' 형태로 점포를 모아 운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때는 규제 등으로 인해 단순히 점포를 모아놓는 데 그쳤기 때문에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게 자체 분석이다. 이번에는 관련 규제가 완화된 만큼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검토해볼 예정이다.
한화생명은 기존에 그룹 내 손보ㆍ증권 계열사와 함께 운영하던 한화금융플라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 동부화재는 그룹 내 계열사인 생명ㆍ증권 등과 복합 점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규식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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