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발(發) 악재에 국내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한 데 이어 코스피 역시 약세를 면치 못하는 중이다. 금융불안이 고조되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되자 지수는 내리고 원달러 환율은 오르는 모양새다. 그러나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포르투갈 금융불안이 국가적 차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 역시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10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최대 은행인 방코 에스프리토 산토(BES)는 17.2% 급락하다 결국 거래정지됐다. BES의 지주회사인 에스피리토 산토 인터내셔널(ESI)이 자사의 단기 회사채에 대한 이자 상환을 연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앞서 ESI는 지난 5월 회계감사에서 13억유로에 달하는 회계 부정이 적발된 바 있다.
이번 사태로 구제금융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됐던 포르투갈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의견이 대두됐고, 또 이같은 상황이 남유럽은 물론 유로존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자 세계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11일 코스피 역시 장 중 1990선을 내주며 지수는 약세를 거듭하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유로존 전체로 전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든데다가 이번 사건은 은행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지주회사의 문제라는 판단에서다. 또 BES의 영업에 부실이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유럽 은행 전반으로 퍼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장 중 180포인트 이상 하락하다 70포인트까지 낙폭을 줄인 것도 포르투갈 문제가 유로존 금융위기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근거한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일단은 포르투갈 금융불안 사태가 남유럽 전체로 퍼져나가진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문제가 국가적 차원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하루 이틀 정도의 단기적 이슈에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또 "이번 문제는 지난해 부각된 이후 올해 초부터 주가에 반영돼왔다"며 "그에 상응하는 증자, 대손충당, 계열사 채권보유 규제 등의 조치도 단행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아람 NH농협증권 연구원 역시 포르투갈 문제보다는 2분기 실적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경우 추가 상승을 이끌마한 재료가 없는 가운데 포르투갈 불안이 부각돼 단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보다는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영업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점이 더욱 부담스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다만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연구원은 "포르투갈 금융불안의 경우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주말이 지나면서 대응책이 거론된 후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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