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최대 은행인 방쿠 이스피리투 산투(BES) 주가가 10일(현지시간) 폭락하자 포르투갈 증권거래소는 BES에 대해 거래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 영향으로 미국과 유럽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휘청이면서 일부에서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BES는 이날 지주회사인 이스피리투 산투 인테르나시오나우(ESI)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중 17% 가량이 하락했다.
이에 포르투갈 증권거래소는 BES 주식을 매매정지했다.
ESI는 5월 감사에서 13억유로(약 1조8000억원)에 달하는 회계 부정이 적발됐으며 최근에는 단기채 이자 지급에 실패한 것이 주가 급락의 원인이 됐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 9일 모기업인 이스피리투 산투 금융그룹(ESFG)에 대해 "그룹 재정 상태와 ESI와의 연결고리 등에 대한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며 신용등급을 기존의 B2에서 Caa2로 세 단계 강등했다.
투자자들은 ESI의 금융 불안이 BES를 포함한 이스피리투 산투 금융그룹의 다른 계열사로 전염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BES를 소유한 이스피리투 산투 금융그룹은 ESI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그룹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르투갈 중앙은행은 "BES의 상환 능력 등 재무상태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ESI의 문제가 BES로 번지지 않도록 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포르투갈 정부도 BES의 주가 하락은 모기업의 문제를 반영한 것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르노 뮈라이 바클레이스 증권 팀장은 "투자자들은 이번 일이 BES와 포르투갈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국제금융시장은 포르투갈에서 시작된 악재에 일제히 요동쳤다.
포르투갈 증시가 4% 넘게 폭락하며 패닉에 빠진 가운데 유럽 주요 증시는 영국 FTSE 100 지수 0.68%, 독일 DAX 30 지수 1.52%, 프랑스 CAC 40 지수 1.34% 등의 낙폭을 기록했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한때 1% 넘게 급락하다가 낙폭을 만회하며 0.42% 하락으로 마감했다.
포르투갈과 함께 재정 위기를 겪은 스페인과 그리스의 증시도 역시 2% 안팎으로 급락했으며 이탈리아 증시도 1% 이상 하락했다.
AP 통신은 최근 선진국 증시의 상승세로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포르투갈 사태로 '유로존 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ESI가 안은 재정 문제의 정확한 규모와 다른 계열사에 미칠 영향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점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포르투갈은 지난 2011년 5월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등 '트로이카'와 780억 유로(약 111조2700억원)의 구제금융안에 합의하고 지난 5월 3년 만에 구제 금융을 졸업했다.
포르투갈 은행들은 구제금융 때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으나 유럽중앙은행(ECB)의은행 재무 건전성 평가(일명 스트레스 테스트)는 통과했다.
AP는 그러나 투자자들이 유로존 위기와 관련해 '아직 터지지 않은 폭탄'이 있을 가능성을 우려해왔다면서 ESI 사태와 관련해 추가 정보가 나올 때까지 시장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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