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대의 의료기기 리베이트를 받아 징역형을 선고 받은 현직 의사가 "직업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법원에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청주지법 형사1단독 이영풍 판사는 10일 "의료인과 의료기기 판매업자 사이의 리베이트 거래를 금지하는 법규정은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현직 의사 이모씨(52)가 신청한 의료법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2011년 10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 의료기기를 납품하던 업체로부터 특정 의료기기 납품의 대가로 20차례에 걸쳐 총 3억 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의료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게됐다.
하지만 이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무죄 주장과 함께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처벌 근거가 되는 의료법 제23조는 사적 자치가 지배하는 의사와 환자간의 계약에 관여해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의료법 제23조는 '의료기관 종사자는 의료기기 판매업자로부터 의료기기 채택.사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 등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씨는 또 "(자신의 행위가)의료법 금지 조항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고, 이 조항은 구체적 사안에서 불이익을 예측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행복추구권에 포함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판사는 "법원의 위헌제청 대상은 오로지 법률조항 자체의 위헌 여부일 뿐 법률조항에 대한 해석의 위헌 여부는 그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이 판사는 "우리 사회는 의료인에게 일정한 수준 이상의 능력과 고도의 사회적 책임과 직업윤리를 함께 요청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해당 법률조항에 의한 피고인의 기본권 침해는 중대하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그로인해 달성하려는 공익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이 판사는 이씨의 유죄를 인정,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또 이씨가 의료기기 업자로부터 받은 리베이트 3억5000만원 전액을 추징토록 했다.
[청주 =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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