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형 조현준 사장과 동생 조현상 부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그룹 계열사의 횡령.배임 혐의를 수사해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후계 구도를 둘러싼 '형제의 난' 2탄이 임박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9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효성그룹 계열사인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의 최현태 대표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은 효성그룹의 부동산 관리를 담당하는 계열사다.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이 각각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조 전 부사장이 사실상 형과 동생을 상대로 형사고발을 한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두 계열사가 100억원대 횡령.배임을 했다고 고발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에 배당했다"며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소환자가 있다는 등 여타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법조와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형제를 소송에 끌어들인 것을 놓고 '효성에 대한 망신주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 전 부사장이 효성그룹 후계가 대열에서 탈락한 뒤 형제를 겨냥한 것을 있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변호사로서 4000억원대 자산가로 알려진 그가 형제들을 고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룹 계열사 부동산관리를 하는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은 연간 매출액이 합쳐 140억여원에 불과하다. 효성그룹의 연간 매출액 12조원에 비해 '동네 구멍가게' 수준인 계열사를 가지고 형제를 고발한 데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 전 부회장이 아버지 등의 횡령.탈세 혐의 등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불구속되자 앙심을 품은 것 같다"며 "사회지도층 인사로서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으로서 정도를 지켜줬으면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조 전 부사장은 "나는 그동안 그룹 내 만연한 불법 행위를 바로잡고자 했지만 그것이 불가능함을 알고 회사를 떠났다"며 "그럼에도 나를 불법행위에 얽어매려는 시도를 하였고, 불법을 바로잡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부득이하게 고발을 결심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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