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대 서울대 총장 최종 후보로 선임된 성낙인 교수의 총장 부임을 앞두고 학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대 이사회가 성낙인 교수를 선출하는 과정이 '비민주적'이었다는 것이다. 오는 14일 열릴 서울대 이사회 본회의를 앞두고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추세다.
서울대 교수협의회와 일부 단과대 교수들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총장 선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와 관련된 규정을 개정할 것을 약속하지 않으면 비상총회를 열어 후속 대응책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수협의회가 비상 총회를 연다면 27년만이다.
임홍배 서울대 인문대 교수는 "총장 선출이라는 막중한 사안에 관해 이사들은 전혀 의견교환이나 토론을 거치지 않고 무기명 투표를 했다"며 "교내 구성원.총장추천위원회의 평가결과와 다른 결정을 내린 근거와 이유에 대해 이사회는 명확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대 인문대, 사회대, 자연대 평교수들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며 오연천 총장과 이사회의 책임있는 해명을 요구했다. 때문에 오는 14일 열릴 서울대 이사회에선 이같은 학내 반발에 대한 이사회 입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수협의회를 비롯한 평의원회 등 학내 주요기구들도 이미 이사회 측에 성낙인 교수가 1위로 뽑힌 이유를 해명하고, 앞으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한 상태다.
정근식 평의원회 의장은 "현재 서울대 이사회는 대표성을 띄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지금처럼 기획재정부, 교육부 등 정부 측 인사 뿐만 아니라 국회와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외부 이사도 뽑고, 학내 구성원을 대표하는 내부 이사도 다시 구성해 서로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을 성낙인 교수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하고 있다. 오는 20일 성낙인 교수가 총장으로 부임하면 학내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 과정이 진행된다. 익명을 요구한 A교수는 "반발을 진화하기 위해 성낙인 교수는 그 동안 선거과정에서 자신을 도왔던 교수 뿐만 아니라 반대 진영에 있던 인물들까지 아우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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