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정부 서울청사에서 총기 오발 사고를 일으키고도 사건을 은폐하려 한데 이어 현직 경찰관의 음주 사고가 잇따르면서 기강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6일 밤 9시께 서울지방경찰청 정부서울청사 경비대 718전투경찰대에서 총기사고가 있었다. 이 부대 소속 김모 일경이 정부청사 별관 서문 초로에서 경비를 서던 중 갖고 있던 K-2 소총에서 실탄이 하늘을 향해 발사된 것이다.
청와대와 미국대사관, 외교부 등이 지척에 있는 서울 한 복판에서 벌어진 사고였지만 경찰은 이를 은폐하려고 했다. 당시 부대장인 김모 경감은 사고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소문이 퍼지면서 내부 제보를 통해 감찰이 실시됐다.
경찰은 발사된 실탄이 어떻게 소총에 장전될 수 있었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의경들에게 실탄이 지급되지 않았지만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독수리 연습' 기간인 탓에 의경들에게도 평소와 달리 소총은 지급된 상태였다.
경찰은 보통 사격 훈련을 하면 탄피와 불발탄을 회수하고 수량을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돼 있는데 문서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지만 사고 때 발사된 실탄이 작년 12월 진행된 사격훈련 때 쓰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격 훈련 이후 탄피 회수가 허술하게 이뤄졌음을 짐작케한다.
결국 지난달 외부 위원이 참석하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 경감에게 견책을, 청사경비대장 김모 총경 등 4명에게는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일선 경찰관들의 음주운전이나 폭행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5일 오전 5시께 서울 혜화경찰서 소속 최모 경사(37)가 노원구 '문화의 거리'의 한 편의점 앞에서 행인 이모씨를 때려 입건됐고 동작경찰서 한모 경사(34)는 지난달 27일 자정께 술에 취해 운전하다가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또 서대문경찰서 박모 경위(52)는 지난달 26일 오후 6시 20분께 술을 먹고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서대문구 충정로2가에서 오토바이를 치고 달아났다가 수 시간 뒤 자수했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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