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뿔난 프랑스 달러패권 반기
입력 2014-07-07 13:41 

프랑스 정부와 재계가 동시다발적으로 국제거래에서 주요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는 미국 달러패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 쿠바 등과 금융거래를 한 혐의로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파리바에 89억달러에 달하는 사상최대 벌금을 물린 미국에 대한 분이 아직 풀리지 않은 모양새다. 프랑스 정부는 미국이 문제 삼은 BNP파리바 금융거래가 유럽연합(EU)규정을 위반한게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규제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셸 샤팽 프랑스 재무장관은 6일 프랑스 악셍프로방스에서 열린 경제콘퍼런스에 참석한뒤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유럽인들은 비행기를 판매할때 달러로 거래한다. 그런데 꼭 이럴 필요성이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샤팽 장관은 "BNP파리바건은 (국제결제수단으로 달러외에) 다양한 통화를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샤팽 장관은 "글로벌 결제.지급수단으로 사용되는 통화에 대한 재균형(rebalancing)정책이 필요하고 가능하다"며 "유로뿐만 아니라 글로벌 무역에서 갈수록 비중을 키우고 있는 신흥국 주요통화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유로화와 위안화를 달러 대항마로 제시한 셈이다. 이와관련해 샤팽 장관은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재무장관 회의 현장에서 달러에 맞설 수 있는 대안 결제통화 확대 필요성을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샤팽 장관뿐만 아니라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프랑스 기업인들도 달러 패권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등 콘퍼런스 현장이 달러화 성토장이 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시가총액기준으로 프랑스 최대기업인 에너지업체 토탈의 크리스토프 드 마제리 최고경영자(CEO)는 "원유가격이 달러화로 고시되더라도 굳이 원유거래때 달러화로 결제할 필요는 없다"며 "정유사들이 배럴당 달러화 고시가격을 기준으로 유로.달러환율을 적용해 유로화로 결제하는것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프랑스의 달러패권에 대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달러위상에는 큰변화가 없을 것이라는게 시장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달러 기축통화 위상이 아직까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국가간 대출.예금의 50%이상이 달러화 표시거래이고 일평균 5조달러가 거래되는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어느 한쪽거래가 달러화인 경우가 87%를 넘어선다. 전세계 대다수 중앙은행들은 보유통화 자산 다양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달러표시 미국 국채 안정성과 유동성을 실질적으로 대체할 만한 대안을 찾기 힘든 현실에 직면해있다. 전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 60%이상은 달러표시자산이다. 프랑스 정부의 한 고위 공무원도 "프랑스 정부가 실질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며 "결국 모든 것은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지적, 국제무역에서 유로화 사용을 확대하려는 프랑스 정부 노력에 의문을 표시했다.
사실 프랑스가 기축통화 달러화를 걸고 넘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전대통령도 달러중심 국제통화시스템이 2008년 글로벌 금융·경제 위기로 그 효율성을 잃었다고 보고 달러화를 글로벌 기축통화로 만든 국제통화시스템인 브레튼우즈체제를 대신하는 신브레튼우즈 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신브레튼우즈 체제 골자는 다극화된 세계에서 달러만을 유일한 기축통화로 삼기보다는 유로, 위안화 등을 복수 기축통화로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 2011년 G20 의장국을 맡으면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신브레튼우즈체제를 G20 핵심과제로 삼으려고 했지만 유로존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유야무야됐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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