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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좀 빼지 마” LG의 ‘순둥이’ 최경철 모시기
입력 2014-07-07 07:14  | 수정 2014-07-07 07:17
지난달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6회말 2사 2,3루 롯데 박종윤 타석 때 2루주자 임종혁이 협살에 걸리자 3루주자 히메네스가 홈으로 쇄도했으나 태그아웃됐다. LG 포수 최경철이 롯데 주저?蔓?히메네스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에서 가장 상전 모시듯 하는 포지션은 누굴까. 위기의 안방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포수 최경철(34)이다.
그런데 늘 안절부절 못하고 걱정인 사람이 있다. 양상문(53) LG 감독은 최경철만 보면 노심초사다. 방망이 돌릴 힘이나 남아 있는지 몰라. 좀 아끼지…”라며 걱정 반 웃음 반이다. 그럴 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최경철은 프로 데뷔 이후 풀타임 경험이 없다. LG 이적 전 시즌인 2012년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81경기에 출전한 것이 한 시즌 최다. 지난해 LG로 이적해 백업 포수로 38경기를 소화했을 뿐이다.
그러나 올해는 최경철이 붙박이 포수를 맡았다. 현재윤과 윤요섭이 부상으로 2군 재활군에 머물면서 최경철이 최근 모든 경기의 안방을 맡고 있다. 특히 양 감독 부임 이후 확실한 신뢰를 얻으며 벌써 63경기에서 마스크를 썼다. 타율은 2할1푼4리(19타점 19득점)로 높진 않지만,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최경철은 지난 5일 마산 NC 다이노스전에서 팀의 6연승 쐐기점을 뽑아냈다. 1-0인 7회 1사 2루 찬스서 타석에 들어선 최경철은 NC 선발 찰리 쉬렉을 상대로 깔끔한 중전 적시타로 1점 더 달아나 승부를 2-0으로 갈랐다. 찰리는 최경철에게 안타를 맞은 뒤 곧바로 교체됐다.
최경철의 존재는 방망이를 들 때가 아닌 마스크를 썼을 때다. 안정감이 무척 생겼다. 소극적이던 리드도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블로킹은 든든하다. 도루 저지 능력도 향상됐다. LG의 선발과 불펜 마운드가 모두 안정세에 접어든 것도 최경철의 여유있는 리드가 한 몫 하고 있다. 양 감독도 출전 경험이 많지 않던 선수였기 때문에 힘든 점이 많이 있을 텐데 경기에 많이 나서면서 많이 달라졌다”고 칭찬했다.
최경철은 소문난 모범생이다. 성실함이 뚝뚝 넘쳐흐른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똑같다. 모범생이란 표현도 부족하다. 양 감독은 ‘순둥이 최경철이 걱정이다. 너무 착해서 탈이란다.

얼마 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최경철의 순둥이 성격이 나온 사건이 있었다.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가 홈으로 돌진하며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블로킹을 하던 최경철과 거칠게 부딪혔다. 히메네스가 미안해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최경철은 툭툭 털고 일어나 히메네스를 걱정하며 일으켜주는 매너의 손길을 뻗기도 했다.
양 감독은 보통 포수 장비는 그 자리에 벗어 놓고 들어간다. 그런데 경철이는 자기 장비를 다 들고 와서 더그아웃에 꼭 갖다놓고 간다. 방망이도 챙겨주느라 상대 팀 선수들까지 걱정하느라 바쁘다. 너무 착하다”라며 제발 그런 일이라도 줄여서 체력을 아껴야 하는데…”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나 양 감독의 표정에는 싫지 않은 미소가 번졌다.
양 감독은 최경철은 지금 정말 잘해주고 있다”며 방망이를 돌리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로 체력이 많이 떨어졌는데도 최선을 다해 뛰어주고 있다. 다만 힘 좀 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 느린 발로 기습번트를 대고 도루까지 하는 최경철. 한 순간도 대충이 없는 최경철을 LG에서 극진하게 모실 수밖에 없는 이유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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