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가난의 상징' 부대찌개 할머니 별세
입력 2014-07-04 19:49  | 수정 2014-07-04 21:10
【 앵커멘트 】
부대찌개는 젊은 세대에게는 외식거리의 하나로 여겨지지만, 나이든 세대에게는 애환의 음식으로 꼽힙니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음식으로 어렵던 시절에 만들어졌기 때문인데요.
부대찌개를 처음으로 만들었던 할머니가 별세했습니다.
박광렬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가게 내부에 들어서자, 곳곳에 가득한 옛 사진들이 마치 박물관을 연상케 하고.

주방 한켠의 솥뚜겅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납니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도 등장했던 원조 부대찌개집 오뎅식당의 모습입니다.


간판만 몇차례 고쳐달았을 뿐 50여 년 간 한결같이 가게를 지켜 왔던 허기숙 할머니가 여든 살을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 인터뷰 : 이창엽 / 경기 의정부시
- "어려서부터 뵈어 왔고 부대찌개를 하시면서 오뎅집을 떠나신 적이 없어요. 꼭 이 자리에서 계속 평생을 여기서 사신 분이세요."

한국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60년대, 살기 위해 무엇이든 먹어야 했습니다.

혹시 먹을 것을 나눠 줄까 미군 트럭을 있는 힘껏 쫓는가 하면,

심지어 미군이 먹고 남은 음식들조차도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햄과 아채 등을 모두 모아 넣은 부대찌개라는 특이한 이름의 음식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 인터뷰 : 박용복 / 경기 의정부시
- "미군부대 다니는 아저씨들이 (고기를) 비닐에 싸서 갖다주면 그것을 양념해서 부대찌개를 만들었지. 그것이 그 유래야. "

하지만 부대찌개 거리에서도 어렵던 시절을 기억하는 이는 점차 사라져 갑니다.

원조집 역시 이제는 30대 초반의 손자가 뒤를 잇습니다.

▶ 인터뷰 : 김민우 / 고 허기숙 할머니 손자
- "할머니 없더라도 손님들한테 잘하고 가게 3대째하고 있는데 대대로 잘 이어나가서 잘 지켜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는 전국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대중적 음식이 된 부대찌개, 전후의 애환과 현재의 풍요로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한국 현대사의 또 하나의 상징입니다.

MBN뉴스 박광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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