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부업체 찾는 억대 연봉자들
입력 2014-07-02 17:37  | 수정 2014-07-02 19:27
서울 유명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송 모씨는 최근 고민 끝에 대형 대부업체 A사에 대출 문의 전화를 걸었다. 전세 대출금을 갚아야 하고 마이너스통장 대출 상환일도 다가오는데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까지 가기로 해 급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전에는 연봉 1억5000만원에 직업이 교수면 신용등급이 4등급이라도 은행권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상위 등급 신용자에 대한 은행권 대출이 까다로워지고 절차도 복잡해졌다. 송씨는 "당장 쓸 돈이 필요한데 이미 은행에서 진 빚이 많다보니 대출이 여의치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대부업체는 여러 번 방문하지 않아도 되고 빠르면 30분 안에 돈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대출 최고 한도인 3000만원을 빌리려 했지만 금융권 부채가 적지 않아 500만원만 받을 수 있었다.
억대 연봉자를 비롯한 우량 신용자들의 대부업체 이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2일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용등급 4등급 고객이 83개 대부업체에서 대출한 잔액은 112억원으로 작년 6월 말 기준 71억원보다 무려 57% 급증했다. 같은 기간 5등급 고객 대출 잔액은 35%, 6등급 고객 대출 잔액은 22% 늘었다.
서울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 교수는 물론이고 연봉 2억원 가까이 받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관리ㆍ생산직군 임직원이 여기에 포함된다. 대령급 이상 직업군인, 시중은행 지점장, 국회의원 비서관, 심지어 청와대 직원도 대부업체를 이용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대출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우량 신용등급일수록 대부업체 이용 규모는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7등급 이하 저신용자 고객 대출 잔액은 6조8367억원으로 6개월 전(6조3569억원)보다 7%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부업체 이용 고객 중 저신용자 비중이 하락하는 반면 중신용자 비중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이나 제2금융권을 이용할 수 있는 중신용자들이 연 35% 고금리 대부업체 대출을 찾는 이유는 신속한 서비스 때문이다. 또 대출 정보가 공식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는 익명성도 대부업체를 찾게 하는 요인이다. 대부업 개인대출 정보는 다른 금융권과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금융권 대출 기록이나 재산신고 내역에 들어가지 않는다.
대부업체 관계자는 "고위층들이 가끔 비밀리에 급하게 자금을 동원해야 할 때 대부업체를 찾는다"고 전했다.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 주식 투자 실패 등으로 빚더미에 앉은 고소득자들이 은행권에서 못 갚은 채무를 돌려 막기 위해 대부업체를 찾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대부업체 대출은 신용등급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환 능력을 고려해 신중하게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 신용등급으로 제도권 금융회사 대출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빠르고 간편하다는 이유로 대부업체를 이용했다가 연체되면 신용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개인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기존 연체가 있는 상태에서 대부업 신용대출을 이용했거나 여러 곳의 대부업체를 자주 이용하면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유섭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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