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현태(지성), 인철(주지훈), 민수(이광수)는 중학교 때부터 막역한 사이다. 십 여년이 지났어도 그 우정은 변함없다. 생김새와 성격, 가치관까지 모두 다른 이들인데 죽이 잘 맞는다. 어렸을 적 눈 내리는 고산에 올라갔다가 죽을 고비를 함께 넘긴 이들이었으니 오죽하겠는가. 현실 속 나와 내 주변 친구들과 비슷하다. 그래서일까. 영화 '좋은 친구들'은 친근하게 남성 관객의 품에 안기는 게 첫 번째 매력적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문제가 생겼다. 사행성 오락실을 운영하던 현태 엄마는 인철이 다니는 보험회사와 수 억원의 보험을 계약한 뒤, 인철과 짜고 도둑이 든 것처럼 위장하려 했으나 일이 착착 진행되지 않았다. 도둑 역할을 한 인철과 민수는 상황을 비극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때부터 세 사람의 우정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실수지만 너무나 큰 사건이 돼 버린 상황. 십몇 년을 알았어도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을 수는 없다. 현태는 엄마를 죽인 범인을 잡고 싶어 하고, 인철과 민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민수는 죄책감이 극에 달하고, 인철은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려 하지만 일은 더 꼬여 간다. 세 사람의 우정?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친구들'은 세 친구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게 하는 매력도 있다. 관객은 전지적 작가 입장에서 모든 걸 알지만, 현태는 중반부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관객은 현태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가, 민수와 인철을 보고도 비슷한 생각이 들게 분명하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형제처럼 서로를 위했던 세 사람은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되돌릴 수 있다면 돌리고 싶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누구를 비난할 수도 없다. 합리적, 이성적 사고는 불가능했을 것 같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까.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절대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 비극적인 상황을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야기 전개와 연출력이 몰입도를 높인다. 신인 이도윤 감독의 각본과 연출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 정도다. 소재가 되는 상황과 소품, 인물들의 직업 설정 등은 탁월하다.
주지훈은 속물적이고 껄렁껄렁한 캐릭터를 선보여 관객을 매료시킨다. 지성은 고뇌하는 어려운 연기를 무난히 소화했고, 이광수는 예능 프로그램의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수확을 거뒀다. 세 배우의 연기는 스크린에서 제대로 발현된다. 세 사람의 조합이 어떤 그림일지 언뜻 떠오르지 않았으나,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어 버린다. 최근 총칼이 난무하는 누아르가 많았는데 누아르 풍의 '좋은 친구들'은 잘 짜인 이야기와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남자들만 즐길 수 있는 딱딱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감성을 충분히 자극하는 영화는 '잔인한 영화인가'라고 의심하는 여성 관객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할 것 같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한방을 뭐라고 꼽을 수 없는 게 가장 아쉬운 지점이지만 무난하게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114분. 청소년관람불가. 10일 개봉.
jeigun@mk.co.kr
현태(지성), 인철(주지훈), 민수(이광수)는 중학교 때부터 막역한 사이다. 십 여년이 지났어도 그 우정은 변함없다. 생김새와 성격, 가치관까지 모두 다른 이들인데 죽이 잘 맞는다. 어렸을 적 눈 내리는 고산에 올라갔다가 죽을 고비를 함께 넘긴 이들이었으니 오죽하겠는가. 현실 속 나와 내 주변 친구들과 비슷하다. 그래서일까. 영화 '좋은 친구들'은 친근하게 남성 관객의 품에 안기는 게 첫 번째 매력적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문제가 생겼다. 사행성 오락실을 운영하던 현태 엄마는 인철이 다니는 보험회사와 수 억원의 보험을 계약한 뒤, 인철과 짜고 도둑이 든 것처럼 위장하려 했으나 일이 착착 진행되지 않았다. 도둑 역할을 한 인철과 민수는 상황을 비극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때부터 세 사람의 우정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실수지만 너무나 큰 사건이 돼 버린 상황. 십몇 년을 알았어도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을 수는 없다. 현태는 엄마를 죽인 범인을 잡고 싶어 하고, 인철과 민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민수는 죄책감이 극에 달하고, 인철은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려 하지만 일은 더 꼬여 간다. 세 사람의 우정?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친구들'은 세 친구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게 하는 매력도 있다. 관객은 전지적 작가 입장에서 모든 걸 알지만, 현태는 중반부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관객은 현태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가, 민수와 인철을 보고도 비슷한 생각이 들게 분명하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형제처럼 서로를 위했던 세 사람은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되돌릴 수 있다면 돌리고 싶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누구를 비난할 수도 없다. 합리적, 이성적 사고는 불가능했을 것 같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까.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절대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 비극적인 상황을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야기 전개와 연출력이 몰입도를 높인다. 신인 이도윤 감독의 각본과 연출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 정도다. 소재가 되는 상황과 소품, 인물들의 직업 설정 등은 탁월하다.
주지훈은 속물적이고 껄렁껄렁한 캐릭터를 선보여 관객을 매료시킨다. 지성은 고뇌하는 어려운 연기를 무난히 소화했고, 이광수는 예능 프로그램의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수확을 거뒀다. 세 배우의 연기는 스크린에서 제대로 발현된다. 세 사람의 조합이 어떤 그림일지 언뜻 떠오르지 않았으나,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어 버린다. 최근 총칼이 난무하는 누아르가 많았는데 누아르 풍의 '좋은 친구들'은 잘 짜인 이야기와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남자들만 즐길 수 있는 딱딱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감성을 충분히 자극하는 영화는 '잔인한 영화인가'라고 의심하는 여성 관객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할 것 같다.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한방을 뭐라고 꼽을 수 없는 게 가장 아쉬운 지점이지만 무난하게 관객의 마음을 두드린다. 114분. 청소년관람불가. 10일 개봉.
jeigun@mk.co.kr